24일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가진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가 저서에 사인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보문고 강남점 문화이벤트홀. 진보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리영희(77) 한양대 명예교수가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열렸다. 사회과학자가 서점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50년간 발표한 저서를 집대성한 저작집을 펴내고 최근 절필 선언을 한 그를 만나러 대학생부터 50대 독자까지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요즘 근황에 대해 “(손을) 쥐는 생활에서 펴는 생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와 집필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소장 장서를 간추려 관련 연구소에 모두 기증했다.
“11월 16일이면 뇌출혈로 쓰러진지 만 6년이 됩니다. 그만 멈추라고 하늘이 내려 보낸 옐로카드(뇌출혈) 덕분에 이제 관조하는 인생을 누리게 되어 흐뭇해요.”
그는 옛 소련의 반체제작가인 솔제니친이 소련체제 붕괴 이후 귀국할 때 “러시아의 젊은 세대들이 내 작품을 읽지 않고 내 이름을 모르는 것은 나로선 원래 바라던 대로 세상이 바뀐 것”이라고 말한 일화를 들려줬다.
“사실은 내가 솔제니친보다 2년 빨랐다고요.(웃음) 책에서 내가 말했던 것들이 상식이 되고 더는 내 책이 팔리지 않아 인세가 ‘제로’가 되는 날이 나로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는 “자유와 권리를 장기적으로 변함없이 누리려면 책임을 다해야 하며 더불어 사는 사람의 권리도 내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젊은이들에 대한 당부로 강연을 마쳤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