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25일 ‘라이트 담배’ 흡연 피해자들에게 최대 2000억 달러(약 190조 원)의 집단소송을 낼 권리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번 소송은 1999년 미국 법무부가 낸 2800억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의 잭 와인스타인 판사는 25일 바버라 슈워브 씨 등 흡연자 8명이 필립모리스와 R. J. 레이놀스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승인했다.
담배회사들이 ‘라이트나 저(low)타르 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소비자를 속인 것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 이 소송은 8월 워싱턴 연방법원이 같은 이유로 담배회사들에 ‘라이트’ 등의 용어 사용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의 후속 조치다.
이번 결정에 따라 1971년부터 시판된 ‘라이트(light)’ 또는 ‘라이츠(lights)’ 표기 담배를 구입한 사람은 누구나 소송 참여가 가능하다. 재판일은 내년 1월 22일로 예정됐다.
와인스타인 판사는 540쪽에 이르는 결정문에서 “담배는 수백만 미국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만큼 피해 입증 시 법원이 문제해결에 나설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슈워브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서 원고 측은 “담배 회사들이 ‘라이트 담배’로 소비자를 속여 벌어들인 돈이 1200억∼2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담배회사들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들은 “소비자들은 ‘라이트’ 담배가 니코틴 함유량이 적은 것이 아니라 담배 맛이 더 순하다는 의미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고 있었다”며 소송 참여자 개개인의 피해 정도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필립모리스 등 관련 회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의 담배 인덱스는 5% 이상 떨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으로 필립모리스의 모회사인 알트리아그룹의 계열사(크래프트 푸드) 분사 작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