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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법정서 “여자는 가끔 맞아야”

입력 | 2006-09-27 02:55:00

차고에 자리 잡은 미국 뉴욕 주 콜체스터의 간이법원.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미국 뉴욕 주 노스컨트리의 치안판사는 남편의 상습적인 구타와 살해 협박 때문에 법원의 보호를 요청한 피해자에게 “여자는 가끔 맞아야 한다”고 타이른 뒤 보호 요청을 기각했다. 또 전화수리공 출신의 한 치안판사는 법정에서 피고에게 욕설을 퍼부은 뒤 재판절차도 거치지 않고 피고를 구속시켰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21세기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25일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무자격 판사들이 넘쳐나고 법정 내에서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뉴욕 주 일대 소도시의 간이법원 실태를 고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뉴욕 주 소도시의 치안판사 1971명 중 1250명은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비법률가 출신. 이 중에서도 300명은 고졸 이하 학력의 소지자. 이 중 40명은 아예 고교 졸업장도 없다. 치안판사는 ‘파트타임 재판관’으로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산.

소도시 간이법원에서 약식재판의 권한을 가진 치안판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임명하거나 주민들의 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부적격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 뉴욕 주에서는 반드시 법률가일 필요가 없어 경찰, 트럭운전사, 청소부, 세일즈맨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러다 보니 법률지식이 부족해 간이법원에서 정당한 사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권한 남용 사례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 ‘동네 재판관’이다 보니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을 봐주는 재판도 부지기수. 한 치안판사는 과속으로 경찰에 적발된 아들의 재판을 직접 맡기도 했다. 장기간 변호인 없는 재판을 해 오다가 문제가 돼 물러난 치안판사도 있다. 재정 부족으로 법정이 차고나 창고에 설치된 사례도 많다. 공간이 부족해 아예 변호인석이 없는 법정도 부지기수라는 것.

뉴욕 주 치안판사들은 매년 220만 건의 사건을 처리한다. 사건의 대부분은 교통법규 위반 사건이지만 형사사건도 30만 건 이상 되기 때문에 법률지식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치안판사 제도가 이제는 복잡한 사회에 맞지 않는다면서 전면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결론지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