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200, 210, 220….’
테제베(TGV)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1964년 일본 신칸센(新幹線)이 첫 운행에서 세웠던 시속 210km를 넘어서자 열차 안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첫 운행에 동승했던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승객들은 박수를 치며 기록 경신을 축하했다.
1981년 9월 27일 파리를 출발한 고속열차 TGV는 425km 떨어진 리옹까지 2시간 40분 만에 주파했다. 최고 시속은 260km였다.
TGV는 ‘매우 빠른 열차(Train `a Grande Vitesse)’의 약칭. 1990년 순간 최고 속도가 515km까지 나왔다. 제작사는 프랑스의 알스톰사(社)로 본격적인 고속열차 시대를 연 프랑스의 자존심이다.
TGV가 1981년 첫 운행 후 25년 동안 실어 나른 승객만 약 10억 명. 2000년 탈선 사고 때 경미한 부상자가 나온 것을 제외하고는 큰 사고도 없어 안전도 역시 검증됐다.
안전하고 빠른 데다 공항보다 접근성이 좋으니 여러모로 비행기보다 유리하다.
프랑스 내 200개 도시를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있는 TGV는 비행기 승객을 더 빼앗기 위해 운행 속도를 현재의 300km에서 360km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국영철도회사(SNCF)가 이달부터 파리∼마르세유 구간에서 360km의 속도로 시험주행을 하고 있다.
TGV의 성공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프랑스의 기술 지원으로 2004년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 시대를 열었다.
프랑스는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던 한국에 TGV를 수출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미테랑 대통령은 1993년 영화배우 소피 마르소 등 문화예술인들을 대동하고 한국을 방문해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전국을 3시간 생활권으로 만들며 국내 철도사(史)에 한 획을 그은 고속철도 KTX는 이제 하루 평균 이용 승객이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친숙한 교통수단이 됐다.
이번 추석에도 수십만 명이 KTX를 이용해 고향에 간다. 더욱 빨라진 귀향길에는 고속철도가 단단히 한몫했다. 한국에도 속도 경쟁이 벌어지면 전국이 1시간 생활권으로 바뀌지 않을지 모르겠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