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시선으로 미래를 생각하다/곽수일 지음/227쪽·1만2000원·시대의창
국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오로지 경제학자들의 몫인가. 이 책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경영의 관점에서 경제현상을, 나아가 미래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가를 읽을 수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인구 1000만 이상 되는 미국의 뉴욕이나 시카고에는 미국 최대 할인매장인 월마트의 개장을 허가하지 않아, 월마트 매장이 없다. 이미 터를 잡고 영업하는 영세상인을 재래시장에서 몰아내기보다는 재래시장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현 정부의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자영업과 재래시장에 대한 대책에 대해 저자는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을 잡는다”며 비판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세탁소나 제과점을 자격증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자본주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단점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이나 실제 경영 사례가 수시로 등장해 설득력을 높인다. 장황한 이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40년간의 경영학 강의를 마치고 21일 고별강연을 한 곽수일 교수. 고별 강연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지나친 평등주의와 획일화 주장에 대해 고언을 했던 그의 생각이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스물여섯 나이로 최연소 서울대 교수가 되어 수많은 최고경영자(CEO)를 길러낸 스승이 제자들에게 주는 마지막 강의와도 같은 열정과 세심함이 느껴진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부분에서 저자는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선진국병에 걸렸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개인에게 성실의 원칙을, 기업에는 가치창출을 위한 노력을 당부하고 정부는 개혁에 앞서 도덕적 해이의 문제부터 척결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치명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두 가지 트렌드를 강조한다. 문화예술의 가치와 정보기술(IT)의 가능성을 잘 활용해야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문화경제학회 회장과 경영정보학회 회장으로 이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저자는 전자책 태권도 전자상거래 인터넷TV 블로그 등을 예로 들면서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박영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