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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프로복서 출신 농구감독 김재훈씨

입력 | 2006-09-30 03:00:00

김동주 기자


프로복서 출신 농구감독이 이끄는 팀이 전국대회 결승에 올랐다.

창단 2년이 채 안된 서울 대진고가 최근 제36회 전국 추계연맹전에서 결승까지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진고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은 프로복서 출신 김재훈(47) 씨. 1980년 프로복싱에 데뷔했던 김 씨는 황충재 황준석 등 강자들이 즐비했던 웰터급에서 한국 랭킹 2위까지 올랐던 인물. 그는 현역 시절 자신의 정신력과 체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11박 12일에 걸쳐 서울에서 부산까지 뛰어가 화제를 낳기도 했었다. 그는 지난해 한국프로복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체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현역 복싱심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어째서 농구감독이 됐을까.

그는 삼일중학교 시절 농구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복싱으로 전환했다. 그는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챔피언이 되어 빠른 시일 내에 돈을 벌고 싶었다”고 했다. 농구선수로서는 작은 키(175cm)도 이유로 작용했다.

1987년 대진고 체육교사로 부임한 그는 교내에 농구 동아리를 만드는 등 농구와의 인연을 이어왔다. 이 가운데 대진고는 지난해 3월 농구부를 창단했고 창단 감독인 김영효 감독이 물러난 뒤 그가 올해 초부터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복서 출신이 농구감독을 한다는 점에서 그는 일종의 텃세를 맛봤다고 말했다.

4월 서울시회장배 대회에서 농구감독 데뷔전을 치른 그는 경복고와의 경기에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30점 차의 대패를 당했다. “판정에 다소 불만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그는 결국 일주일 후 연맹회장기 대회에서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당했고 5개월간 코트에 들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징계가 풀린 후 나선 첫 경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선수들이 정규수업에 빠지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또 선수들에게 욕을 하거나 때리지 않는 운동부를 강조한다. 주장 강태석(2학년)은 “복서 출신이라 그런지 성격이 화끈하다. 그러나 절대 기합은 주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링’에서 챔피언을 꿈꾸었던 그는 ‘코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