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비밀’은 죽을 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가 사실은 투자의 귀재인 백만장자였다는 것. 그리고 그 엄청난 유산을 사회단체에 기부한 자선가라는 사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로버타 랭트리(89·사진) 할머니는 지난해 세상을 뜨기 전 430만 캐나다달러(약 36억4700만 원)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했다.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이 사실은 그의 유언 집행자인 로버트 보든 씨가 최근 캐나다자연보호협회에 그의 유언을 전달, 집행하면서 밝혀졌다고 지난달 30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기부금은 지금까지 캐나다 내 환경단체가 전달받은 금액 중 사상 최대 액수다. 캐나다자연보호협회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중요한 지역의 땅을 미리 사서 자연보호구역으로 만드는 활동에 이 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랭트리 할머니는 다른 환경단체와 사회단체에도 상당한 액수의 유산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검소하고 조용한 삶을 살았던 한 여교사가 거액의 재산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는 독신으로 1층짜리 작은 집에 살면서 15년 된 낡은 차를 몰고 다녔다.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며 히터나 전기용품도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55년간의 교사 봉급과 교육용 게임 개발로 안정된 수입이 있었지만 물려받은 유산이나 거액의 수입원은 없었다.
보든 씨는 “랭트리 씨는 투자에 남다른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랭트리 씨는 1973년 당시 증권 브로커였던 보든 씨를 찾아와 50만 달러를 맡기면서 첫 투자를 시작했다. 1940∼50년에 벌써 IBM 같은 정보기술(IT)분야 기업에 투자했고, 사망할 때도 하이테크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블루칩’을 선점하는 통찰력이 있었다는 것.
랭트리 할머니는 평소에도 어려움에 처한 이웃이나 단체에 많은 기부를 했다. 남들이 보통 10달러씩 기부할 때 그녀는 3000달러, 혹은 2만5000달러 규모의 수표를 보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관련 단체에 매년 5000∼1만 달러씩 냈다.
랭트리 할머니가 보내주는 돈을 자주 받았던 자선단체 관계자 린 그랜 씨는 “액수가 너무 커서 실수로 보내진 것으로 착각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