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준성(32) 씨의 아침은 한 잔의 커피로 시작된다. 출근길에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들러 ‘드립 커피’를 마신다. 드립 커피는 갈아놓은 원두에 물을 내려 만드는 커피다.
1년 전만 해도 큼지막한 종이컵에 커피를 마시는 그를 보고 직장 상사들은 “차라리 대접으로 한약을 마시라”며 놀렸다. 하지만 요즘엔 점심식사 후에 함께 커피 체인점에 가는 게 일과가 됐다.
커피 하면 인스턴트커피를 떠올리던 한국 커피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세계화하면서 원두커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 원두커피 시장 성장세
한국은 세계 11위의 커피 소비국이다. 지난해 8만5000여 t, 1억4000만 달러(약 1323억 원)어치의 커피를 수입했다.
한국이 커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커피의 나라’ 콜롬비아나 브라질일 것 같지만 정답은 베트남이다. 베트남 커피가 전체 수입물량의 40%를 차지한다.
베트남에선 인스턴트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종(種)이 주로 수입된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 수입하는 아라비카종은 품질이 좋아 원두커피에 쓰이는데 상대적으로 수입량이 적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라비카종의 수입이 늘고 있다.
콜롬비아 커피의 한국 시장점유율(금액 기준)은 2004년 16.0%에서 지난해 19.4%로, 브라질 커피는 15.6%에서 17.1%로 각각 늘었다.
커피 수입가공 업체 가비양의 양미라 팀장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커피가 커피시장의 95%였지만 최근 커피 체인점이 늘면서 원두커피가 10∼20%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구에선 원두커피가 전체 커피 소비량의 99%에 이르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원두커피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이 커피를 수입하는 국가는 그 밖에도 에티오피아 파푸아뉴기니 등 15개국에 이른다.
커피 원두는 대부분 볶지 않은 상태로 60kg씩 자루에 담아 들여온다. 부산 인천 등에 있는 공장(로스팅 플랜트)에서 볶은 뒤 인스턴트커피로 다시 가공하거나 커피 체인점으로 간다.
○ 미국보다 훨씬 비싼 커피 값
볶지 않은 커피 원두의 국제 시세는 아라비카종이 파운드당 1.1달러, 로부스타종이 0.7달러다.
1파운드(약 453g)의 커피 원두에서 40여 잔의 커피가 나온다. 비싼 아라비카종이라고 해도 커피 한 잔에 쓰이는 원두는 26원어치에 그치는 셈. 이쯤 되면 한 잔에 4000원 안팎하는 커피 값이 너무 비싸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한국의 커피 값은 미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국내 스타벅스의 카페라테는 한 잔에 3800원(355mL)인데 미국 시애틀에선 2750원이다.
볶은 원두도 한국이 더 비싸다.
콜롬비아산 ‘나리노 수프리모’는 미국에선 1파운드에 11.99달러(약 1만1400원)이지만 한국에선 절반가량인 235g들이 한 봉지가 1만5000원으로 2배 이상 비싸다.
다국적 커피업체들이 외국에서 커피 원두를 볶은 다음에 한국에 가져오는 데 대해 논란도 있다.
국내 커피체인인 할리스커피의 김대연 팀장은 “커피 원두는 볶은 지 15일 안에 소비해야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데 선박으로 수입하면 15일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시애틀에서 커피를 볶은 후 특수 개발한 진공 포장용기에 담아 운반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그맛 그대로” 식재료 수입도 늘어▼
외국 음식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수입 식재료도 늘어나고 있다.
요리강사 김동규 씨는 “최근 색다른 조미료를 넣어 개성 있는 맛을 내는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수입 조미료를 쓰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 잘 팔리는 ‘데체코 파스타면’ ‘웰러스티드 세서미드레싱’ ‘파운틴 핫칠리소스’ ‘독일 퀘네 드레싱’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이탈리아산 데체코 파스타면을 수입하는 ‘보라티알’의 박환순 대리는 “밀알의 겉 부분을 30∼40% 깎아내 만든 이 파스타면은 쫀득쫀득하고 품질이 좋아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다”며 “국내 소비자에게도 이런 점이 잘 알려져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외식 문화 트렌드에 따라 많이 찾는 식재료가 바뀌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동남아산 소스와 향신료 매출이 부쩍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마시는 식초 열풍이 불면서 외국 식초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일본 식재료는 유행과 상관없이 꾸준히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
인기 상품인 올리브유는 국내 수입량 전체의 80%가량(2005년 기준 2만2809t)이 스페인에서 들어온다. 현지에서 수확해 48시간 안에 기름을 짠 뒤 20t 크기의 용기에 담아 컨테이너선에 싣는다. 2개월 걸려 한국에 도착한 기름은 국내 공장에서 병에 담겨 판매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