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어제 “앞으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2월 핵무기 보유 주장이 빈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북의 핵실험은 국제사회가 설정한 ‘금지선(red line)’을 넘는 것으로 실제로 행동에 옮겨진다면 엄중한 응징에 직면할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북을 두둔해 온 노무현 정부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북한은 핵실험의 구실로 ‘미국의 고립 압살 책동이 최악의 상황을 몰아오고 있는 제반 정세’를 들었다. 미국의 금융제재와 7월 미사일 발사 후 본격화되고 있는 대북(對北)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이지만 억지다. 핵 포기의 대가로 체제 보장과 에너지, 경협 등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 작년 9·19 베이징 공동성명을 걷어찬 것은 바로 북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도박은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핵무장을 재촉할 뿐, 스스로의 생존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의 맹방인 중국까지도 8월 “북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협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이 북-미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라면 판단 착오다. 미국의 강경 대응을 부추겨 오히려 김정일 체제의 붕괴를 앞당길 뿐이다.
노 대통령은 2년 전 “핵과 미사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 수단이라는 북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핀란드 방문 때는 “근거 없는 가정(假定)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남북 관계를 해롭게 만들 뿐”이라고도 했다. 취임 이후 각종 지원을 통해 3조 원이 넘도록 북에 퍼주기도 했다. 북으로선 핵을 개발할 시간도 벌고, 재원도 확보한 셈이다. 노 정부는 자주(自主)를 노래하며 북의 ‘민족끼리’에 호응하다가 뒤통수만 맞은 꼴이다.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급변할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만 무장해제를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