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연쇄회담을 가졌다.
일본과 중국 간 정상회담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중단된 지 1년6개월만이다.
일본의 총리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 이는 고이즈미 정권의 가장 큰 실책으로 지적되는 아시아 외교의 복원을 아베 총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중국 측도 당초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던 기존 방침에서 물러서 일단 선(先)대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중국 또한 일본과 언제까지나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베이징(北京)으로 출발하기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장래에 푸른 하늘이 열리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에 대해 겸허하게 생각하고 행동해 왔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돼온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역대 총리가 전몰자를 애도하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배해왔다는 진의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문제도 시급하고 중대한 의제로 논의됐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핵실험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대시키고 북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점에 뜻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후 주석에게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베이징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북한은 핵실험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한국 및 중국의 정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특히 자국 주도로 북한 핵실험의 포기를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채택한데 이어 한, 중 정상과 잇따라 대북 대처를 협의함으로써 북한의 고립을 부각시킨다는 복안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