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내한 공연을 갖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로린 마젤 음악감독의 지휘 모습. 서울 공연은 동아일보와 SBS,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공동 주최로 이뤄진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뉴욕 기자회견장에서 함께 선 뉴욕 필 지휘자 로린 마젤(왼쪽)과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뉴욕=공종식 특파원
세계 정상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 로린 마젤(76).
미국 음악계의 최고봉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뉴욕 필을 이끌고 11월 15일과 16일(서울 예술의 전당), 17일(대전) 내한 연주회를 갖는 그가 4일 뉴욕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 홀에서 한국과 일본의 특파원들을 만나 동아시아 순회 공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력적이었다. 기자회견에 앞선 공개 리허설에서 그는 지휘뿐만 아니라 직접 노래까지 불러가면서 협연자에게 요구 사항을 말했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했고 리허설 도중에 자주 농담을 던져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해외 연주는 쉽지 않아요. 시차도 극복해야 하고 연주하는 곡도 매번 다릅니다. 그래서 단원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나 같은 노인도 견디는데 젊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꼼짝을 못합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은 수준도 높고 연주에 대한 반응도 섬세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 관중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 필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드보르자크 ‘사육제’ 서곡,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브람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코다이 ‘갈란타 무곡’,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등을 연주한다.
그는 특히 젊은 연주자들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신예 피아니스트인 조이스 양(양희원·20)이 합류할 예정이다.
“앞으로 10년, 15년 후 음악계를 이끌어갈 이들은 젊은 연주자들입니다. 협연 연주자를 선택할 때도 100% 능력을 기준으로 선별했습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40년 전 뉴욕타임스는 고전음악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멸할 것으로 보도한 적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세요. 매년 팔리는 CD와 DVD가 천문학적 수이고, 수천 회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젊은 음악인들이 이 전통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현역에서 뛸 수 있는 건강 비결을 물었더니 “무엇보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도 현재 106세인데 정정하다고 자랑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내가 살아있고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는 생활 태도도 건강의 비결입니다.”
마지막으로 연주자나 지휘자를 꿈꾸는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충고를 부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둘째 관객들과 의사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두 가지만 잘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어요. 트릭으로는 잠시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성공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어렵습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뉴욕 필 협연 꿈만 같아요”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
“꿈만 같아요. 미국 최고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게 되다니….”
뉴욕 필 내한 공연 협연자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줄리아드음악원). 그녀는 4일 뉴욕 기자회견장에서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말을 연발했다.
조이스 양은 지난해 6월 텍사스 주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참가자로 나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 공영방송인 PBS가 콩쿠르 진행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미 전역에 방송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협연자를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을 편안한 마음으로 치렀어요. 연주자인 저도 연주가 즐거웠지요. 연주가 끝나고 나서 지휘자인 로린 마젤 선생님이 빙긋이 웃으셔서 혹시나 했는데, 며칠 뒤 오디션에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이스 양은 뉴욕 필 오디션을 통과하자마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곳곳에서 협연 제의가 들어와 “뉴욕 필이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지휘자 로린 마젤은 조이스 양에 대해 “듣는 능력이 뛰어나고 음악의 강약을 심도 있게 표현하는 연주자”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에서 태어난 조이스 양은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전 전민초등학교 재학 시절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과정에서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은 뒤 1997년 미국으로 건너와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