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9일 저녁 늦게 ‘북한이 핵실험을 한 위치는 북위 40.81도, 동경 129.101도 지역으로 함북 김책시에서 서쪽으로 15km 떨어진 상평리 부근’이라고 밝혔다.
상평리는 당초 핵실험 장소로 유력하게 점쳐졌던 이웃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남쪽으로 52km 떨어진 곳에 있다.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기지에서 서쪽으로 48km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지금까지 전혀 핵실험 예정지로 거론되지 않던 지역. 북한이 예상 밖의 장소에서 허를 찌르는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원은 “이곳은 지난달 7일까지 여러 방법을 통해 감시한 지역이나 이후 별다른 징후가 없어 감시가 소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은 현재로선 핵무기 실험 위치가 정확하지 않으며 무수단리나 풍계리에서 실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 정보당국은 여전히 풍계리를 유력한 핵실험 장소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 장소를 둘러싸고 혼선이 생기는 것은 북한이 정확한 위치를 밝히지 않은 데다 위치 추정을 지진파 관측에만 의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둘러싼 논란은 충분한 정보가 담긴 위성사진이 확보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평리와 길주군 풍계리 사이에 핵실험이 유력한 장소가 또 하나 있다. 상평리 북쪽 20km, 풍계리 남쪽 30km 위치에 있는 함북 길주군 용담노동자구이다.
이곳에서 서남쪽으로 4km 떨어진 곳에 핵 기지 전담건설국인 노동당 130지도국이 2000년대 초반부터 티타늄 폐광 자리에 건설해 온 핵시설이 있다. 이곳은 지질이 매우 단단한 데다 험준한 산들이 주변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고, 거주민도 많지 않아 핵실험을 하기에는 더없이 적합한 장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