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위한 자재, 설비, 핵물질 등을 남한 영해인 제주해협을 통해 선박 편으로 운송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국방부 및 합참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15일부터 1년간 제주해협을 통과한 북한 상선의 수는 총 114척이었으며, 이 중 핵실험 실시 장소로 추정되는 함북 김책시 상평리 인근의 김책항을 드나든 선박은 총 24척이었다.
이 가운데 김책항과 인천을 오가며 전기아연괴를 수송한 13척을 제외한 11척의 경우 북한내 동부와 서부항을 왕래했다는 점에서 핵실험용 자재를 운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송 의원은 주장했다.
핵실험 물질 또는 장비·자재의 경우, 중량 및 보안문제로 육상 수송이 쉽지 않은 만큼 해상 수송을 통해 북한 서부인 평북 구성이나 평남 평성에서 김책항으로 옮기거나, 김책항에서 북한 서부로 수송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히 김책항을 드나든 선박을 비롯해 제주 해협을 통과한 114척의 북한 선박은 시멘트, 중유, 마그네슘 등 일반 화물을 수송한다고 남한 통일부에 통과승인을 신청했지만, 남한 해경이나 해군은 특이 선박에 대한 검문 실시 규정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검문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송 의원은 주장했다.
송 의원은 또 북한 선박 114척 중 28척(24.6%)은 빈 배로 운송한다고 신고해 군사상 다른 임무를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고, 2001년 6월 남한 영해를 무단 침범했던 백마강호 등 3척의 선박이 별다른 제한 없이 총 13차례 제주해협을 통과한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제주해협이 북한 핵실험 장비 또는 물질의 수송 통로로 의심받는 이상, 더 이상 북한 상선의 통행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면서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 허용 방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