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사진) 국가정보원장이 9일 부하 직원의 ‘안이한’ 판단 때문에 북한 핵실험 후 약 10분간 이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원장은 9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당장 북한 핵실험 징후는 없다”고 보고했으나 청와대의 안보장관회의 소집 메모를 받고는 11시 15분경 급히 회의장을 떠났다. 뒤이어 국정원 당국자는 정보위에서 “오전 10시 35분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리히터규모 3.58의 지진파가 감지됐다”며 북핵 실험 사실을 보고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30여 분이 넘도록 국정원장이 이를 몰랐던 것은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 원장은 오후에 속개된 정보위에서 “핵실험을 몇 시에 처음 알았느냐”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 질문에 “11시 7분”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배석했던 국정원 당국자가 나서 “저의 불찰이다. 원래 오전 회의 시작(10시 17분) 후 10시 58분에 휴대전화로 ‘리히터규모 3.1의 지진파가 관측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핵실험으로 보기엔 강도가 너무 낮다고 판단해 원장께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국정원 관계자가 관측 결과를 연락받고 11시 7분 청와대의 메모를 전달해 줄 때까지 약 10분간 손안의 핵실험 정보도 모른 채 앉아 있었던 셈이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국정원의 정보 판단 능력이 이 정도라면 국민이 어떻게 국정원을 믿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원장은 “직원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곧바로 보고하라’고 질책했다. 그때 바로 보고를 받았으면 좀 더 빨리 알려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송 의원은 “국정원장은 중국이 10시 40분 우리 정부에 북 핵실험을 통보한 뒤 27분이나 지나 알았다”며 “정부 내 국정원 따돌리기도 심각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