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미국의 저명한 핵무기 전문가가 전망했다.
미국 최고의 핵 전문가로 인정받는 시그프리드 헤커(사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명예소장은 10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로스앨러모스연구소는 사상 최초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산실이었으며, 미 원자력 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터뜨린 폭탄의 핵출력(폭발력)은 0.5∼1kt 급의 상대적으로 약한 폭발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그 정도 규모의 핵폭탄이어도 대도시 지역에서 터질 경우 수천 명이 즉사하고 수많은 사람이 후유증으로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1kt 급 규모의 핵무기라도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면 가공할 만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며 “북한 핵 프로그램의 근본적 위험은 플루토늄이 테러리스트나 이란 같은 나라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출력이 낮다고 해서 북한의 핵실험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북한이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대형으로 설계된 핵폭탄을 실험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고, 규모는 작지만 정교한 핵폭탄을 실험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만약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만들 의도가 있다면 이번 같은 실험이 매우 주요한 단계(very big step)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1월에 영변을 방문해 북한 핵시설을 관찰했던 헤커 박사는 “북한은 6∼8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별개로 이미 상당한 분량의 고농축우라늄(HEU)을 확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만약 북한이 이번 실험 결과에 만족한다면 두 번째 실험도 며칠 내에 실시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실험 결과가 예상 밖이었다면 수주일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