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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 핵전 대비태세 점검 착수

입력 | 2006-10-11 16:00:00


북한의 핵실험이 성공적으로 판명돼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것에 대비한 군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핵실험 예고 선언(3일)과 실제 핵실험이 단행된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핵전(核戰)에 대비한 군의 대비태세 점검 및 보안 필요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참의 보고 내용은 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연합사 작전계획 5027에 반영된 핵전 대비계획의 보완과 북한의 핵무기 투발 수단 격파를 위한 첨단무기 확보 필요성 등이 거론된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실패 또는 성공 여부를 떠나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하고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것임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 한반도 군사균형 무너져

북한의 핵 무장화는 곧 한반도의 군사균형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동안 남한은 무기체계의 질적 개선과 무기수량 확대, 한미 연합작전 체계로 북한의 우세한 재래식 전력에 대비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군사구조가 '핵무기 대 재래식무기'의 대치구도로 전환됐기 때문에 핵보유를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립된 안보전략과 군사교리 등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먼저 연합사 작전계획 5027의 시급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작계 5027은 핵전쟁에 대비한 별도의 계획은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포괄적 개념의 핵전 대비 계획이 명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핵전쟁의 조짐이 있을 경우 핵무기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과 운반시설, 투발 수단 등을 사전에 억제하고 무력화한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10kt급 핵탄두가 공중에서 폭발되면 최전방 전투력의 10%에 육박하는 사단급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의 핵·화학방위국은 핵전에 대비한 전술교리를 90년대 초반부터 발전시켜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거리 53㎞의 170㎜ 자주포에는 10kt급 이하를, 55~70㎞의 프로그(FROG) 5·7 지대지 로켓에는 25kt급, 300~500㎞의 스커드 B·C 미사일에는 메가톤급 핵탄두를 탑재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그 21과 수호이(su-25) 전투기, 일류신(IL)-28 폭격기 등으로도 핵탄두를 투하할 수 있다고 전술교리에 명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유사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억제하는 방안과 핵무기에 의한 대규모 희생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작전계획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합참 관계자는 "전혀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핵전 대비계획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작계 5027에 이미 핵전쟁에 대비한 계획이 반영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을 보완해야 하는지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핵탄두 투발 수단 억제 무기도입

장기적 생존전략 차원에서 '비대칭 보복전략'을 구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핵무기가 아니라 첨단 전략무기를 도입해 유사시 북한의 전쟁지휘부와 정보·통신시설, 전력시설, 산업 중심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비대칭 보복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무기로는 공격용 미사일, 조기경보기, 군사위성, 무인폭격기, 정밀직격탄, 지하관통탄, 원자력추진 잠수함 등이 꼽히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에 대비해 추진되고 있는 전력증강 계획이 곧 핵탄두 투발 수단을 억제하는 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은 '2007~2011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4대의 공중조기경보기(E-X)와 고고도 및 중고도 무인정찰기(UAV) 도입하고,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사업에 착수한다.

장거리 타격전력으로 K-9 자주포, 대구경다련장포(탄약), 이지스 구축함, 214급 잠수함, 함대함 유도탄, F-15K 및 F-15K급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도 이 기간 내에 전력화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 미국의 '핵우산'

미국의 '핵우산'이 적시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한미 공조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하고 있다.

윤 장관은 9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향후 안보대책과 관련해 "미국이 대한(對韓) 핵우산 제공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도 10일 국내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방위를 위해 미국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북한 도발 시 모든 무기를 이용할 수 있으며 핵우산은 우리의 최후 선택방식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강조하는 '핵우산'은 미국의 강력한 핵전력으로 북한 핵에 대응해 한국의 안전보장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은 1978년 제11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처음 명문화된 이후 매년 SCM에 반영돼왔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7차 SCM 공동성명에서도 "럼즈펠드 장관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과 핵우산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명기, 핵우산 공약이 거듭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이 '구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사시 어떤 유형의 전술핵무기를 지원할 것인지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한미공동의 NPR 필요성 = 한미 공동으로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를 작성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사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를 보이면 예방적 차원에서 북한을 공격할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 사전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공동의 NPR(KO-US NPR)은 즉각적 공격상황, 잠재적 대비 상황, 예기치 않은 대비상황 등으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상황을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

'즉각적 공격상황'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농후하고 전면전을 도발할 징후가 있을 때를 말한다.

국지도발 후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거나 핵무기 기술을 수출할 때를 잠재적 대비 상황으로 간주하고 북한 내부의 우발사태로 핵 관련 사고가 우려될 때를 예기치 않은 대비상황으로 각각 상정한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최근 KIDA가 발간한 '국방정책연구' 자료집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전략·전술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감당할 수 없는 보복공격이 이뤄질 것임을 한미 국방장관이 매년 선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