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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현 前이대교수 캄보디아 첫 야구단 창단

입력 | 2006-10-12 03:00:00

캄보디아에 첫 야구단을 만든 김길현 전 이화여대 교수와 부인. 연합뉴스


“유니폼은 고사하고 연습할 야구장 하나 없는 처지지만 학생 모두가 이 나라 최초의 야구선수라는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킬링필드’의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 캄보디아. 이곳에 첫 야구단이 한국인에 의해 창단됐다.

주인공은 김길현(51) 전 이화여대 약대 교수.

그는 지난해 9월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지구촌에 진 빚을 갚을 때가 왔다”며 교수 자리를 내놓고 부인과 함께 선교활동을 위해 캄보디아로 떠났다.

캄보디아의 유일한 종합대학인 프놈펜 왕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교수는 이 학교 학생 20여 명을 모아 7월 ‘프놈펜 블루 웨이브스’라는 야구단을 꾸렸다.

김 교수는 대학 시절 직접 야구선수로 활동하기도 한 열혈 야구팬.

그는 “야구를 통해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체력을 키우고 성취감, 도전정신, 규칙을 따르는 법과 팀워크, 희생정신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야구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모두 평생 야구 글러브 한번 끼어 본 적 없는 아마추어 대학생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사상 최초의 야구선수다.

그만큼 캄보디아에서 야구는 생경한 스포츠.

현지에선 야구 장비를 구하기 힘들어 방망이, 글러브, 야구공 등 기초 장비조차 서울에서 가져 왔다.

전문코치나 감독을 구할 형편도 못 돼 일단은 김 교수가 단장과 감독, 코치를 모두 겸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몇 개 팀을 더 조직해 정규리그를 만들 생각”이라며 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이화여대 교수 40여 명은 매달 급여에서 일정액을 떼 후원금을 보내는 방식으로 김 교수의 뜻을 돕고 있다.

김 교수는 “아직 재원도 부족하고 갈 길이 멀지만 많은 분이 도와주고 있어 힘이 난다”며 “캄보디아의 지도자를 길러 낼 국제적 수준의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