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 사찰을 찾으면 ‘계절 착시’에 빠진다. 구절초(일명 들국화)에 휘감긴 산사가 마치 함박눈 속에 묻힌 것 같기 때문이다. 때맞춰 풍경소리라도 들려오면 마음은 속세를 떠나….
충남 공주시 장기면 영평사(대한불교 조계종)의 10월 풍경이다.
이 사찰은 많은 사람이 구절초를 즐길 수 있도록 9∼22일 ‘구절초 꽃 축제’(2006 장군산 예술제)를 열고 있다. ‘꽃나라 가을소리’라는 주제의 이 축제는 올해로 일곱 번째다.
축제를 마련한 주지 환성(58) 스님은 ‘구절초와 세시풍속의 전령사’. 구절초의 청아한 모습에 반해 14, 15년 전부터 산사 주변에 심었다가 ‘혼자 보기 아까워’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환성 스님은 “꽃의 아름다움에도 빠져 보고 중양절(30일)의 의미도 되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티베트 스님들의 모래 불화 시연(8∼13일), 구절초 염색 체험(11, 12일), 구절초 음식 전시회(〃),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10일), 산사 음악회(14일), 7080콘서트(15, 21일)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041-857-1854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