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에 있어서의 갈팡질팡, 이에 따른 정부 여당의 혼선과 당-청 갈등은 모두가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 부재에서 비롯됐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12일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정책을 둘러싼 여권의 혼란상은 모두 노 대통령에게 원인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뚜렷한 철학 없이 여론을 좇거나 그때그때 눈치를 살펴 움직이다 보니 ‘햇볕정책 지속도 맞고요’ ‘대북강경정책도 맞고요’ 식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당-청 갈등을 빚는 사안을 들여다보면 늘 원인 제공자는 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9일부터 대북정책에 대해 간접화법 같은 애매모호함으로 일관해 왔다. 노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는 “이 마당에 포용정책만 계속 주장하긴 어렵고, 포용정책의 효용성을 계속 주장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북 포용정책이 용도 폐기되는 뜻으로 비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은 성공한 정책이다. 미국의 대북압박이 문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이 들끓고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포용정책 폐기 반대론을 들고 나오자 노 대통령은 뒤로 물러섰다.
10일 5당 대표 초청 청와대 간담회에서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가져왔다는 지적은 여유를 갖고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고, 11일 DJ와의 전화통화에서 DJ가 “대북 포용정책에 무슨 죄가 있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사실상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안보전문가들과의 회동에서는 “포용정책이 큰 틀에서 바뀌지는 않겠지만 각론은 그대로 갈 수 없다”고 알쏭달쏭한 발언을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12일 “대통령이 여론을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성호 전 의원은 “분단국가의 대통령이라면 어떤 경우에라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철학과 이념이 있어야 한다”며 “그게 없다 보니 4년 내내 대통령이 앞장서 대북정책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