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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캘린더]두 태양이 빚는 ‘9·11 진혼곡’

입력 | 2006-10-13 03:00:00


현대음악 작곡가 겸 지휘자인 펜데레츠키(73) 씨와 피아니스트 백건우(60) 씨. 두 거장이 함께 국내 무대에 선다.

19∼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 등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50주년 기념음악회. 폴란드 출신으로 작곡계의 거장인 펜데레츠키 씨가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부활’(연주시간 약 32분)을 지휘하고 백 씨가 협연한다.

‘부활’은 펜데레츠키 씨가 2001년 미국 카네기홀의 위촉을 받아 이듬해 완성한 작품. 그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품을 만드는 도중 9·11테러가 벌어지자 그 충격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공격적으로 표현된 도입부를 비롯해 곡 진행 도중 많은 타악기가 동원된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아무런 반주 없이 성당의 종소리가 한꺼번에 울려 폭력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표현한다.

세계 초연은 2002년 5월 9일 미국에서 볼프강 자발리슈 씨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이매뉴얼 액스 씨가 협연해 9·11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또한 2004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 모뉴멘탈 극장에서 펜데레츠키 씨의 지휘로 백 씨가 유럽에서 초연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이 곡이 작곡된 지 5년 만에 갖는 24번째의 공식 연주. 현대음악 작품치고는 꽤나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두 거장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펜데레츠키 씨가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백 씨의 바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를 듣고는 나중에 협연할 기회를 가지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던 것. 펜데레츠키 씨는 1991년 한국 정부로부터 광복 50주년 기념작품을 위촉받아 교향곡 5번 ‘KOREA’를 작곡해 이듬해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세계 초연하는 등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백 씨는 “펜데레츠키 씨는 폴란드 역시 독일과 러시아의 침략으로 많은 고통을 받은 나라여서 그런지 한국의 역사적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작곡가”라며 “이번에 연주할 ‘부활’은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처럼 지금은 복잡하고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승리해 ‘만인의 환희’를 이룰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부활’ 외에도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과 슈베르트 교향곡 5번도 연주된다. 19일 오후 8시 KBS홀, 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1일 오후 5시 고양어울림극장. 2만∼7만 원. 02-781-224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