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찾은 중국 특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 백악관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 국무위원과 만나고 있다. 탕 국무위원은 이날 부시 대통령 및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나 대북 제재의 범위를 놓고 양국의 의견 차이를 조율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기존의 선제공격(pre-emptive war) 대신 냉전시대의 봉쇄 및 억제 전략(containment strategy)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분석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식 때 공식 선포한 이상주의적 자유의 확산 원칙은 수그러들고 동맹국들을 고려하는 현실정치적 접근법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선제공격 단념?=부시 대통령은 11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수 있으며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의 협력에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9·11테러 이후 유엔의 동의 없이 바로 이라크전쟁에 나섰던 미국의 위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FT는 “부시 대통령의 선제공격 독트린은 이라크전쟁의 후유증 속에 파묻혀 버렸다는 인식이 워싱턴 정가에 퍼져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는 내년 여름까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FT는 미국의 국제정치 컨설팅기관인 유라시아그룹의 분석가 클리프 쿱찬 씨의 말을 인용해 미 행정부가 이란 핵은 받아들이지 않지만 북한 핵은 용인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 대신 북한에는 ‘핵 확산은 용납할 수 없다’는 레드라인(한계선)을 그었다고 FT는 덧붙였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 핵무기나 핵물질의 판매에 나선다면 미국은 군사공격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설정한 레드라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봉쇄의 걸림돌=미 행정부는 금융 및 무역 제재, 자산 동결, 여행 금지, 공해상에서 화물 압류 등의 봉쇄조치를 앞세우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동맹국들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정책과 병행하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 봉쇄를 추진하면서 평화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일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이란을 겨냥해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아랍 국가들에 값비싼 무기를 판매하는 식의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의 봉쇄를 놓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적극 협조하지 않듯이 몇몇 아랍 국가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타르는 자국에 미군 기지가 주둔해 있지만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투표 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