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가 정규방송 도중 전국방송이 20여 분간 중단되는 대형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14일 오후 11시8분 `위기탈출 넘버원`이 방송되던 도중 화면과 소리가 나오지 않고 초록색 화면만 뜨면서 방송이 중단되고 `연주소 정파시 송신소 송출용`이라는 비상화면을 내보내고 있다. 전영한기자
국가 기간방송인 KBS TV가 정규방송 도중 방송이 20여 분간 중단되는 최악의 방송사고를 냈다.
KBS는 14일 오후 11시8분 경 2TV의 '위기탈출 넘버원' 방영 도중 화면과 소리가 나오지 않고 초록색 화면만 뜨면서 방송이 중단됐다. KBS 주조정실은 11시12분 경 남산송신소에서 자연풍경이 담긴 비상용 테이프를 긴급 방영했으며, 11시20분부터는 음성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광고화면만 간헐적으로 내보냈다. 방송은 11시28분 경에야 정상화됐다.
KBS TV송출팀은 "사고 원인은 여의도 KBS 본사의 2TV 주조정실에서 남산송신소로 영상과 음향을 분리해 보내는 방송송출장비인 디먹스(Demux)가 고장났기 때문"이라며 "디먹스의 재가동을 시도했지만 작동하지 않아 예비 디먹스로 교체한 후 방송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KBS측은 15일 오전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20여 분 동안이나 정상적인 방송을 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사고는 1차적으로 송출장비의 고장으로 일어났으나, 응급복구 작업이 늦어지게 된 요인 등 사고전반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장을 일으킨 디먹스는 컴퓨터의 메인보드와 유사한 모양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 신호를 전환하는 기계 내부에 장착돼 영상과 음성을 분리한다. 일본 소니사가 제조해 1996년 6월28일 구입한 장비로 기록돼 있으며, KBS는 평상시 예비장비 2기를 포함해 총 3기를 보유하고 있다. KBS측은 "장비의 노후화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에는 사고 후 대체 방송이나 장비투입 등 후속대책이 늦은 것에 대해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KBS는 방송사고를 대비해 작년부터 비상상황 매뉴얼인 '매체별 SOP(Standard Operation Procedure)'를 주조정실에 마련해 놓았지만 신속한 복구와 방송재개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방송위원회 김우룡 위원은 "국가 기간방송이 이렇게 장시간 중단된 사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KBS가 후임사장을 제대로 선출하지 못해 경영진의 공백상태가 길어지면서 방송사의 기강해이와 관리부재의 현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BS시청자 게시판에도 방송 중단 사태에 대한 놀라움과 늑장대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폭주해 15일 오후 3시간 가량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시청자 이성주(아이디 tlvkfwnrdu)씨는 "그 때 북한에서 KBS에 핵실험을 한 줄 알았다"면서 "이번 일로 KBS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시청자들도 "지상파에서 이런 방송사고는 처음이다. 잠시 케이블 TV나 DMB로 착각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동안 외부인의 돌발행위가 아닌 방송사의 기술적 결함과 실수로 인한 2~3분 가량의 짧은 방송중단 사례는 있지만 지상파TV 전국방송이 20분에 걸쳐 중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남원상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