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한국시간 15일) 북한 핵실험 6일 만에 만장일치로 대북(對北)제재 결의문을 채택함으로써 북한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번 결의문(안보리 결의 1718호)은 언뜻 보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채택된 안보리 결의 1695호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인 내용은 안보리 결의의 원인을 제공했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사이의 격차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먼저 이번 결의문에는 유엔헌장 7장이 원용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엔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대한 조치'를 담고 있는 규정이다. 유엔헌장 7장은 다양한 제재조치를 담고 있으며, 특히 42조에는 군사적 제재조치가 들어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헌장 7장의 포괄적인 원용을 반대했다. 결국 최종 결의문은 '유엔 헌장 7장에 따라 행동하고, 유엔헌장 7장 41조(비군사적 제재 내용) 아래서 제재조치를 강구한다'로 정리됐다. 군사제재를 담고 있는 42조 적용가능성을 아예 없애고 제재조치를 비군사적 제재조치로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유엔헌장 7장이 원용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도 "41조도 유엔헌장 7장의 일부"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결의문은 1991년 북한의 유엔 가입 이후 유엔헌장 7장에 따른 첫 대북 제재결의다. 일단 유엔헌장 7장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었기 때문에 2차 핵실험 등 추가도발이 이어지면 제재수위가 더욱 강화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밖에 핵실험과는 전혀 무관한 '사치품(luxury goods) 금수 조항'이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니 북한 지도부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북한 김정일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고위간부 등 등 핵심 지도부에게 벤츠자동차 등 고가의 사치품을 선물로 제공해 충성을 유지해왔다.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금융제재가 의외로 김정일 체제를 강하게 압박한 것처럼 '사치품 금수조치'도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체제 기반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결의문 채택과정에서 막판 최대쟁점은 북한을 오가는 화물의 검색 조항이었다.
이 조항은 당초 '필요하다면 모든 화물을 검색한다'에서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회원국들이 자국법 및 국제법에 따라 화물 검색 등 협조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로 완화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결의안 통과 직후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은 화물검색 조항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안보리에 별도 위원회를 설치해 제재조항 실행여부를 감독하도록 하고 회원국들이 제재 조치 실행 30일 내에 안보리에 진척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점도 초안에서는 없던 내용이다.
안보리는 이와 함께 결의에 외교적 해결가능성도 마련해 놓았다. 북한이 결의문 요구사항을 제대로 준수하면 제재를 중지하거나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한 것. 그러나 동시에 안보리 결의문을 준수하지 않고 국제평화 위협행위를 계속하면 제재수위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