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찬성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14일 통과됐다. 투표는 거수로 진행됐으며 15개 이사국 전원 찬성으로 곧바로 결의안 채택이 선언됐다. 왼쪽부터 러시아, 슬로바키아, 영국, 탄자니아, 미국 대표가 손을 들어 찬성을 표시하고 있다. 유엔본부=AP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한국 시간 15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對北) 제재 결의문은 매우 강력하고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조항마다 상당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앞으로 이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결의문의 의미와 향후 이행 과정의 문제를 문답으로 풀어 봤다.
문: 이번 결의문(1718호)과 7월 미사일 시험발사 후 채택된 결의문(1695호)의 가장 큰 차이는….
답: 이번 결의문은 평화에 대한 위협과 평화의 파괴, 침략행위에 대한 다양한 제재 조치를 담은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했다. 강제력 있는 실질적인 제재 조치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군사적 제재 조치를 담은 7장 42조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일단 배제했다. 이번 결의문은 또 금수(禁輸) 조치 및 금융제재 대상에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외에도 공격용 재래식 무기들을 명시했고, 북한 권력층을 겨냥한 사치품의 유입도 금지했다.
문: WMD 수송 의혹이 있는 북한 선박의 화물 검색은 해상 봉쇄를 의미하는가.
답: 전면적 해상 봉쇄로 보기는 어렵다. 화물 검색 조항은 안보리 협상의 막판 최대 쟁점이었다. 당초 초안은 ‘필요하다면 모든 화물을 검색한다’로 되어 있었지만 중국의 반발로 ‘회원국이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화물 검색 등 협조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로 완화했다. 따라서 각 회원국은 자체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나포 조치까지 할 수 있는가 하면 소극적인 태도로 방관할 수도 있다.
문: 군사적 제재는 완전 배제된 것인가.
답: 결의문은 ‘향후 북한이 규정을 준수하는 정도에 따라 필요하면 조치의 강화, 수정, 중지, 해제를 검토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도발적 행위를 계속한다면 군사적 제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북한 선박의 화물 검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선 명령을 거부하는 북한 선박에 대해 경고사격과 특수부대원 강하작전을 벌일 경우 북한이 대응사격을 할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우발적 사태 진전이 군사적 대치를 낳을 위험도 다분하다.
문: 결의문은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포기(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abandonment)’를 결정했다. 과연 가능할까.
답: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낼 만한 결정적 타격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치품을 제외한 일반 무역상품에 대한 규제 조항이 없는 데다 전체 무역액의 절반을 넘는 중국이 경제 제재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반 교역상품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는 점을 들어 경제 제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화물 검색 조항에 대해서도 중국은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다른 주변국들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나.
답: 러시아도 일단 소극적이다. 특히 러시아의 대외경제은행이 평양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대외무역은행은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계좌를 유치하고 있어 금융자산 동결 조치에 대해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안보리 제재 조치 외에도 이미 실시 중인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등 사실상 전면적 교역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해상자위대의 북한 선박 검색을 위해 정당방위에만 한정됐던 무기 사용 규제를 완화해 경고사격을 할 수 있도록 바꾸는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문: 화물 검색 조항은 WMD 확산방지구상(PSI)과 관련이 없나.
답: 이 조항을 두고 미국은 ‘PSI의 성문화(成文化)’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별달리 국제법적 근거가 없던 PSI를 확대 강화할 수 있는 근거로 삼을 태세다. 한국 정부는 2005년 8월 북한과 합의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무기나 무기부품 수송 등과 관련된 북한 선박을 검색한 뒤 시정을 요구하거나 관할 해역 밖으로 나가게 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여당 내에선 이번 결의문으로 미국과 합의한 수준 외에 PSI 참여 수준을 높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북한 선박 검색 조치를 시행해 왔지만 물리적 충돌이 한 번도 빚어지지 않은 만큼 PSI에 정식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문: 인도적 대북 지원은 해당되지 않나.
답: 안보리 결의문은 제재 대상을 일단 북한의 핵이나 탄도미사일, 기타 WMD 프로그램에 한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남북교류협력법 등을 근거로 WMD 관련 품목의 이전을 금지하고 있어 인도적 지원은 북한의 WMD 개발과는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다.
문: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없나.
답: 결의문은 ‘북한의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금과 금융자산, 경제적 자원을 동결하고 북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이나 단체가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한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개인이나 단체는 안보리와 곧 구성될 제재위원회가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특성상 WMD 관련 단체나 개인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만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WMD 생산에 사용됐다는 증거가 나오면 사업 중단이 불가피하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박길연 “갱단같은 행위” 퇴장, 美볼턴 “흐루쇼프 무례 연상”▼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는 북한과 미국, 러시아의 유엔 주재 대사들이 비난을 쏟아 놓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15개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하자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갱단 같은 행위(gangster-like action)’이고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비난하곤 곧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함께 참석한 최영진 유엔 주재 한국대사의 발언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안보리 등 유엔 회의에서 다른 회원국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떠나는 것은 좀처럼 없는 일이다. 박 대사는 7월 안보리가 미사일 발사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 이에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발끈했다. 볼턴 대사는 박 대사의 행동을 놓고 “7월에 이어 두 번째”라며 “1959년 니키타 흐루쇼프(흐루시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유엔총회에서 신발을 벗어 연단을 두드렸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가 나섰다. 그는 순번의장인 오시마 겐조 유엔 주재 일본대사에게 “볼턴 대사가 흥분했더라도 적절치 못한 비유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 미-러 간에 ‘대리 신경전’이 벌어졌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코냑 캐비아 상어지느러미…김정일 화려한 식탁 끝?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화려한 식탁’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의문이 북한과의 사치품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식가로 유명한 김 위원장은 프랑스산 코냑과 포도주, 바다가재, 캐비아(철갑상어 알) 상어지느러미 등을 즐겨먹는다. 김 위원장이 좋아하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갖은 노력을 다한다.
전용 열차로 살아있는 바다가재를 실어 나르는가 하면 체코 맥주와 태국 파파야, 이란 캐비아, 중국 멜론, 일본 생선, 덴마크 돼지고기 등을 사기 위해 담당자들이 현지로 출장 가는 일도 흔하다. 피자를 먹기 위해 이탈리아 요리사를, 생선회를 먹기 위해 일본인 요리사를 북한으로 데리고 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식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 있는 북한의 무역회사들이 김 위원장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공급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지도자, 지도자 동무’를 쓴 베르틸 린트너 씨는 “이 북한 회사들을 추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의 전기를 쓴 마이클 브린 씨도 “북한의 사치품 거래는 추적이 어렵고 고위층은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