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청계산 옥녀봉∼매봉 등산로 일부 구간에 설치된 ‘사연이 담긴 계단’이 공개됐다. 이들 계단은 전국 616명이 계단목 1개당 8만 원씩을 기증한 뒤 각자의 사연을 계단마다 적어넣어 만들었다. 사진 제공 서초구
서울 도심 주변 산의 등산로가 쾌적하게 바뀌고 있다. 늘 보던 내 집 앞산, 뒷산의 길 같지만 하루가 다르게 모양새가 바뀐다. 나무로 만든 전망대와 계단이 놓이는가 하면 나무도 추가로 심어졌다. 서울시가 연말까지 정비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산을 찾는 시민들의 참여로 정비 사업을 벌이는 자치단체도 있다.
▽가족의 사연을 계단에 담은 청계산=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에 걸쳐 있는 청계산(618m)은 휴일 평균 10만 명의 등산객이 찾는 서울의 산.
서초구는 15일 청계산 등산로 가운데 옥녀봉∼매봉 구간 중 경사가 급한 산토끼 옹달샘∼헬기장 859m를 ‘사연이 담긴 계단’으로 꾸몄다. ‘늦게 만나 이룬 사랑, 우리 예쁘게 살아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OO아, 엄마 아빠는 너를 영원히 사랑해’ 등 749개 계단 하나하나에 각별한 사연이 적혀 있다.
이는 서초구가 계단목 기증운동을 벌여 경기, 대구, 전북 등 전국의 616명에게서 계단목 1개당 8만 원씩 총 1억3000여만 원을 기증받아 제작한 것.
서초구는 휴일에 청계산을 찾는 등산객을 위해 오전 8시, 9시 반, 10시에 양재역 환승주차장, 오후 3시, 4시, 4시 반에 원터골 느티나무 입구에서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02-570-6396
▽서울을 조망하는 구룡산=강남구청에서 관리하는 구룡산은 등산로가 완만해 온 가족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구룡터널 입구에서 출발해 개암약수터∼구룡산 정상까지 약 1시간 코스(1km)와 지하철 분당선 구룡역∼구룡산 정상까지 약 2시간 반 코스(2.5km)가 있다. 구룡산에서 능선을 타고 대모산(293m)까지 갈 수도 있다.
현재 구룡산 정상과 개암약수터 위의 전망대는 표지판만 설치된 상태. 강남구는 연말까지 암벽 위에 있는 이들 전망대에 나무로 된 전망덱을 설치할 예정이다. 02-2104-1253
▽아파트 단지에서 산으로 연결되는 나무계단=관악산(629m)과 수락산(638m), 불암산(508m)도 최근 정비 사업을 끝냈다.
관악구청은 최근 관악산 낙성대 천지 배드민턴장 옆과 민주동산 등산로 옆에 목재 전망대 2곳을 설치했다. 철쭉동산과 천지약수터, 민주동산 등 일부 훼손된 등산로에는 국수나무 220그루, 병꽃나무 205그루, 은방울꽃 330포기, 벌개미취 890포기 등을 심었다.
노원구청이 관리하는 수락산에도 덕성여대 생활관∼노원골 구간에 나무다리와 계단이 설치됐다. 상수리나무 25그루도 새로 심어졌다. 상계주공 14단지 능선에는 노약자도 오르기 쉽도록 나무계단 400여 개를 설치했다. 불암산 정암사와 동막골 구간에는 석축을 쌓고 기존의 계단을 보수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은평구 봉산, 광진구 아차산 등을 추가로 정비할 계획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