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이 심상치 않다. 갑자기 대북 송금이 중단되는가 하면 중국 측 강변엔 철조망이 줄줄이 설치됐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 검색도 대폭 강화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채택을 전후한 움직임이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도 이날 미 CBS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이것(안보리 결의)을 북-중 국경지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암시를 오늘 아침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번스 차관은 중국이 취한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중국 은행, 대북 송금 돌연 중단=중국과 북한의 화물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시의 중국 은행들은 최근 북한과의 송금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단둥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사업자들에 따르면 단둥의 은행지점들이 13일 오전부터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갑자기 북한으로 오가는 돈의 송금 업무를 중단했다는 것.
송금 업무를 중단한 중국의 은행은 중궈(中國)은행, 중궈자오퉁(中國交通)은행, 중궈젠서(中國建設)은행, 중궈궁상(中國工商)은행 등으로 알려졌다. 단둥의 한 한국인 사업가는 “오전에 중국의 한 은행에 물어보니 은행 직원이 대북 송금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지하자원에 투자하고 있는 단둥의 한 중국인 투자자는 “지난주 금요일(13일) 평양에서 은행을 통해 송금 받으려 했으나 은행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의 무역에서 거래는 대부분이 현금 거래고, 은행을 통한 거래는 일부에 불과하다. 현재 단둥을 통한 연간 대북 거래액은 2억∼3억 달러에 이른다.
주중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송금 중단은 단둥 현지 지점장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스스로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 중국 정부나 은행 본점이 유엔의 결의문 이행 차원에서 대북 송금을 일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철조망 설치=압록강 하류의 중국 측 강변에서는 최근 철조망이 줄줄이 설치됐다. 올해 들어 단둥 시에서 둥강(東港) 시까지 연결되는 강변도로를 건설하면서 군데군데 철조망을 설치한 데 이어 최근엔 단둥 시 북쪽에 위치한 후산장청(虎山長城) 부근의 접경지역에도 철조망을 쳤다. 현지의 한 교민은 “북한 사람의 월경을 막거나 밀수를 막기 위해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둥해관 화물검색 강화=북-중 교역의 80%가량을 취급하고 있는 단둥해관에서는 최근 화물검색이 강화됐다.
단둥의 한 사업가는 “예전엔 주로 밀수품이나 마약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검색을 벌였지만 지금은 유엔 결의문에 금수품으로 지정된 물품이 있는지를 보고 있다”며 “예전에 비해 검색이 강화되고 검색시간도 약간 늘었다”고 전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