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북한 핵실험 발표 직후 금강산 관광 취소 사태가 줄을 잇는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일반 국민이 아닌 보수세력과 야당의 공격을 무서워한 공무원 연수원단, 학생 수학여행단이 취소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16일 같은 당 임종인 의원,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소감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학생 수학여행단이 왜 보수세력과 야당의 공격을 무서워하는지, 그들에게 실제로 무서워하는지 한번 물어보기는 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우리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어도 금강산 관광은 지속돼야 하고, 금강산에 가도 인질로 잡히지 않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의원뿐 아니다. 임종인 의원은 “금강산에서 만난 북측 인사들은 ‘핵실험은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비핵화는 김일성 수령의 유훈이다. 안전이 보장되면 당연히 한반도 비핵화를 할 것이다’고 했다”고 북한 측의 주장을 옮겼다.
이들은 15일 오전 8시 반에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해 오후 4시에 남측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8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이들이 만난 북한 사람은 잘 교육받은 안내원 몇 사람뿐이었고 대부분은 남측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의원은 “금강산에는 전국 여러 곳에서 온 관광객이 많았다. 그중 한 사람이 ‘(핵실험을 해도 관광은 관광대로 하는) 이런 식으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국민은 핵실험 이후에도 침착함과 냉정을 잃지 않고 금강산 관광도 계속하고 있었다”며 “오히려 국민의 높은 의식과 성숙도에 정부가 따라가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순 의원은 “관광객 한 분과 대화를 했는데 ‘왜 금강산 관광을 취소하지 않고 올라왔느냐’고 물었더니 ‘믿었죠’라고 한마디로 답했다”며 “이 뜻은 우리 민족을 상대로 해서 북한이나 우리 정부나 절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남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북한은 절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이들은 단 하루 금강산에 가서 훈련된 북측 안내원에게 준비된 답변과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관광길에 나선 남측 관광객의 얘기를 들은 게 고작이다. 그 짧은 시간에 북측의 진짜 속내를 파악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북한이 핵을 가져도 별 문제 없다는 식의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열린우리당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국민의 세비를 받는 의원으로서 좀 더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