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된 ‘환경호르몬의 습격’이라는 프로그램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류에서 흘러나온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큰 해를 준다는 내용이 충격을 준 모양이다. 플라스틱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일론 양말로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해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 됐다. 거실 장판, 벽지, 주방의 반찬 용기, 음료 병, 젖병, 옷, 생리대 등은 플라스틱이 아닌 것이 없다.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는 원래 기체나 액체 상태의 작은 분자지만 여기에 고분자 반응을 일으키면 거대분자로 변하면서 고체 상태의 플라스틱이 된다. 플라스틱 고분자는 본질적으로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고체 상태의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원료 중 일부가 거대분자로 변하지 못하고 작은 분자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물질은 작은 분자이기 때문에 인체 침투가 가능한데 고체 플라스틱 제품에 들어 있다가 환경호르몬 문제를 일으킨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인공혈관, 인공심장, 인공피부 등 인체 내 장기나 조직을 대체하는 플라스틱 제품은 어째서 이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일까? 정제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인체용 플라스틱 제품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고분자를 합성할 때 발생하는 작은 분자를 철저히 제거한다. 생활용품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인공혈관, 인공심장, 인공피부 등 의료용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와 같은 정제과정을 일부분이라도 거치면 된다. 원료를 끓는 물에 담가 두거나 용매에 녹였다가 재침전시키는 과정만 거쳐도 불순물을 많이 제거할 수 있다.
박상수 서울보건대 교수 의료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