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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모린 다우드]매케인 vs 힐러리 ‘北核대리전’

입력 | 2006-10-17 03:05:00


힐러리 클린턴은 남성들이 그를 심하게 대하는 바람에 상원의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남편은 일찍이 대중 앞에서 (성추문으로) 부인을 망신시킨 바 있다. 또 미국 뉴욕 주 상원의원을 놓고 힐러리와 격돌한 공화당의 릭 래지오 후보는 토론회에서 그녀를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몰아붙였다. 수세에 놓이면서 힐러리는 오히려 유권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공화당 대선후보군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힐러리를 몰아붙이는 데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매케인 의원은 힐러리가 북한에 유화적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클린턴 의원과 동료 민주당 의원들이 부시 행정부의 북한 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나는 클린턴 의원의 남편 분이 만들었던 협정이야말로 실패였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미숙한 행동에 똑같이 미숙한 행동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부시 행정부가 대화를 거부하자 그들도 나름대로 주목을 끌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관한 일이라면 북한 핵 문제든 뭐든 걸고넘어지려 한다.

매케인 의원은 “클린턴 여사와 존 케리 의원을 위시한 민주당 의원들이 부시 대통령을 공격해 이에 응답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힐러리의 참모들은 그가 ‘클린턴 의원’이 아니라 ‘클린턴 여사’라고 부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기 스스로를 성차별주의자로 보이게 만드는 실책이 아닐까.

공화당의 ‘남성 선두주자’라면 민주당의 ‘여성 선두주자’를 공격할 때 신중해야 한다. 물론 전 대통령 부인도 전쟁 영웅(매케인 의원)을 공격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강하게 반응하면 공화당원들은 그가 국민을 긁어 대는 잔소리꾼 할멈이 되려 한다고 꼬집을 것이다.

매케인 의원의 한 참모는 “힐러리가 남편의 기록에 의존해 방어적인 태도만 취한다면 상처를 입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여사’는 방어에만 머무를 생각이 없다. 빌러리(빌 클린턴+힐러리)는 2008년 대선 전략을 위한 지휘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빌 클린턴이 북한을 느슨하게 다뤘다’는 얘기가 나오자 즉각 ‘웃기는 얘기’라며 받아쳤다.

매케인의 도발에 그들은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매케인을 현재의 ‘끝없는 전쟁’ 시기와 연결시키고, 힐러리를 빌 클린턴 재임 때의 ‘좋았던 시절’과 연관시키면 오히려 이득이 될 것이라 여기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매케인이 자신을 이라크나 경제와 얽어매면 (스스로에게) 좋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북한과 자신까지 얽어맬 경우 더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가 독립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좋아했지만 이제 매케인은 조지 W 부시의 장난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매케인이 계속 백악관과 자신을 연계시킬 경우 다음 달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자리를 잃게 되면 더욱 문제가 커질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백악관의 실패한 경제정책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의 위기관리, 이라크 파병 및 재건 실적을 조사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힐러리와 그의 남편은 지금 옛 전쟁 영웅을 잡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승리에의 길: 2008년 백악관 접수’의 저자인 마크 핼퍼린 씨는 ‘지금 느낌으로는’이라는 전제를 달아 말했다. “매케인이 힐러리 클린턴을 포함한 모든 민주당원을 이길 것 같다. 클린턴 의원으로 말하면 매케인을 뺀 그 밖의 모든 공화당원만을 이길 것 같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