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정환웅 군(왼쪽)이 지난해 9월 누나 슬기(가운데), 환희와 함께 놀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전화벨이 울려도 꿈쩍하지 않던 정환웅(4) 군은 이제 전화가 오면 쪼르르 달려간다. 친구들의 고함을 들으며 좋아하던 축구도 할 수 있게 됐다.
한 번도 ‘소리’를 들어 본 적 없는 환웅이가 8월 2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고 지금은 말을 배우기 위해 재활교육을 받고 있다.
어머니 김경미(31) 씨는 “환웅이 누나 역시 태어나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누나가 수술을 받자마자 환웅이까지 똑같은 증상을 보여 눈앞이 캄캄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2년 9월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과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의 도움으로 수술비 절반을 지원받아 누나 슬기(9)의 수술을 마쳤으나 가정형편 때문에 환웅이는 수술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2005년 4월 환웅이 아버지마저 집을 나간 뒤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김 씨는 정부의 모자가정 지원비 90만 원과 자동차 부품을 조립해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돼 3000만 원이던 수술비가 600만 원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을 찾았다가 서울아산병원의 ‘릴레이 청각장애인 소리 찾아 주기 캠페인’의 수혜자가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8월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술비를 지원해 주는 캠페인을 시작해 환웅이 등 모두 8명의 어린이에게 ‘인술’을 펼쳤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달팽이관에 소리를 전기 자극으로 변환시켜 주는 전극을 삽입해 소리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