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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유혜영]‘소나르 사운드’의 포스트 디자인

입력 | 2006-10-18 03:00:00


20세기와 더불어 화두로 떠오른 새로운 개념 중 하나가 이제 우리에게도 친숙한 디자인이다. 패션, 일반 제품, 그래픽 등의 분야에서 디자인은 이제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럽에서는 디자인 개념의 외연을 넓히는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된 유럽 최대의 전위음악과 멀티미디어 아트 축제인 ‘소나르 사운드(Sonar sound)’이다. ‘소나르 사운드’는 음악과 영상 미디어아트를 디자인에 접목시켜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하며 경계를 허물고 있다. 디자인과 디지털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영상,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설치, 뮤직 퍼포먼스 등과 같은 행사를 통해 기존의 디자인 작품 전시에 음악 영상 등 새로운 첨단 미디어 디자인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전위음악, 디지털 아트 및 영상 등의 첨단매체,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디자인의 3자가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먼저 디자인 영역이 확장과 접목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하이테크와 디지털의 발달에 따른 것이다. 또 그래픽 영상 애니메이션 등의 디자인은 예전에는 소위 각 분야의 전문가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에는 디자인이 디지털 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일반인도 다른 목적을 위한 표현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과 기계(디지털 매체)의 자유로운 소통(communication)의 욕구는 새로운 창조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이는 디자인이 단순히 눈으로 보고 듣고 하는 일차원적 혹은 이차원적인 기능을 넘어선다. 디자인은 이제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들, 나아가 일반인의 실험적 정신을 통해 보고 들을 뿐 아니라 상호소통할 수도 있는 새로운 장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디자인이 단순히 기능을 보완하고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더하는 장식적인 요소라는 개념을 넘어, 첨단 기술 및 디지털과 음향 같은 새로운 장르와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전에 아름다운 그림 혹은 그래픽에 음향효과를 넣는 것에서 한 단계 뛰어넘는다.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감상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관객 혹은 사용자가 자신의 상상력과 흥미를 통해 재디자인 혹은 재생산한다. 이처럼 관객이 개인적인 작업을 만들어가는 능동적 자세는 하이테크를 배경으로 한 디지털 문화와 인터넷의 발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디자인은 더는 일부 전문가의 소유가 아니라 상호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바뀌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활 디자인이란 개념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21세기에는 오감(五感)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감성 디자인의 시대이다. 누구나 디자이너가 되어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소나르 사운드’가 꿈꾸는 디자인의 개념도 기존의 디자인 경계와 벽을 허물고 확장하며 변혁을 꾀하는 새로운 문화의 코드이다.

한국에서는 ‘소나르 사운드’가 이달 12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막됐다. 행사는 18일 종료된다. 다양한 영상과 애니메이션, 디지털아트 등이 어우러진 작품이 국내 관객들에게 디자인의 지평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 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다음 달 2일까지는 ‘디자인 메이드 2006’의 선(線)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이어진다.

유혜영 스페인 엘리사바 디자인학교 교수·멀티미디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