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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공감]게이샤가 안무지도… 오페라 ‘나비부인’

입력 | 2006-10-18 03:00:00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소프라노 노정애 씨(가운데, 초초상 역)의 몸동작을 지도하고 있는 일본 전통 무용가 하나야기 스케타로 씨(오른쪽)와 고바야시 게이코 씨.사진 제공 경기도문예회관협의회


요즘 오페라는 ‘연출’의 시대다. 작곡가, 지휘자, 성악가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기본이고, 세심하면서 역동적인 무대연출도 세계적인 추세다.

경기도문예회관협의회가 제작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경우 주인공 초초상과 스즈키, 게이샤 친구들의 몸동작 안무를 위해 연출진이 직접 일본의 전통무용가와 현직 게이샤까지 초빙했다. 서양인의 시각으로 연출된 나비부인과 차별화하기 위해 연출가 김학민 씨가 안무가들을 특별 초청한 것.

“걸을 땐 이렇게 발이 앞뒤로 일자로 나란히 서야 여성스러워 보입니다. 발이 벌어지면 남자의 걸음걸이지요. 어깨를 좀 더 펴고 당당하게 세우시고….”

9일부터 13일까지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는 일본의 전통무용가 하나야기 스케타로(46·도쿄 예술대 교수) 씨가 성악가들의 몸동작 하나하나를 점검했다. 그는 제자이자 현직 게이샤인 고바야시 게이코(28) 씨와 함께 초초상의 걸음걸이부터 초초상이 스즈키와 부르는 ‘꽃의 이중창’, 게이샤 친구들과 노래하는 군무장면 등을 지도했다.

“게이샤라는 직업은 작은 공간에서 가까이 있는 손님에게 기량을 뽐내야 하기 때문에 손끝, 어깨선, 발동작 하나까지 섬세하게 신경 써야 합니다. 서양 오페라에서는 게이샤가 지나치게 등을 굽실거리거나 경직된 표정으로 나오는데 이는 맞지 않습니다.”

하나야기 교수는 초초상이 핑커턴을 기다리며 환청을 듣는 장면에서 손을 뻗을 때 어떻게 하면 옷매무새가 살아나는지, 사랑을 잃은 초초상이 자살하는 장면에서 칼을 어떻게 쥐어야 하는지를 일일이 가르쳐 줬다.

그는 또 “요즘 일본에서도 게이샤라는 직업을 호스티스와 동일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게이샤는 정상의 명예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모시기 위한 직업인 만큼 사회적 지식과 교양, 샤미센 연주, 춤, 노래, 서예, 다도 등 다재다능한 예능인이었다”고 소개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11월 3일∼12월 17일 부천시민회관, 고양어울림극장,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의정부예술의전당 등에서 총 8회 공연된다. 1만∼5만 원. 031-481-3833

의정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