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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논란 잠재우자” 2차 핵실험 땐 규모 키울듯

입력 | 2006-10-18 03:00:00


《북한이 2차 핵실험 강행의 수순을 밟고 있다. 북한은 17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동향에 따라 ‘해당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한미일 정보 당국도 북한의 2차 핵실험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한국 중국 일본 3국 순방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발표된 북한의 성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문을 통해 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날 성명에서 북한은 “미국은 오산하지 말아야 한다”며 “제재와 압력으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가소롭고 허황한 망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대응에 따라 해당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당장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핵실험, 한다면 언제?=북한이 강한 반발에 나설 것이라는 것은 15일(한국 시간) 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후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결의안 거부 의사를 밝히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때 예견됐던 것. 이 때문에 이날 외무성의 성명은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기 위한 수순 밟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3일 핵실험 실시를 공언한 뒤 6일 만인 9일 전격 핵실험을 감행했고 11일에도 미국의 압박 조치에 대해 ‘물리적 대응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감안할 때 2차 핵실험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내뱉은 말을 실천하면서 행동의 신뢰도를 높였고 협상의 지렛대도 굵어졌다”며 “추가 징후가 보인다면 이미 준비가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체제 수호를 위한 자위적 무장력으로 핵을 보유한 만큼 국제 제재의 강도와 상관없이 확실한 파괴력을 확보할 때까지 실험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방한한 9일 핵실험을 했듯이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방한하는 19일 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그러나 17일 외무성 성명에서 미국의 태도를 보겠다는 언급을 감안할 때 최소한 한미일의 ‘조율된’ 대북 조치 내용이 나올 때까지는 실험을 미룰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라이스 장관과의 논의를 거쳐 조율된 조치가 나온 이후 감행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또 미국의 중간선거(11월 7일) 전후에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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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핵실험 규모를 더욱 확대?=2차 핵실험은 1차 핵실험의 문제점을 보완해 규모를 더욱 확대한 형태로 이뤄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폭발력이 1kt이 채 안되는 핵실험 규모를 두고 핵실험의 위력이 평가 절하되고 있는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을 것이라는 분석.

물론 원하는 만큼의 폭발력을 얻지 못한 것이 플루토늄 순도의 문제이거나 단시간에 수정하기 어려운 기폭장치의 결함일 수도 있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황주호 교수는 “1차 실험이 부분적으로만 성공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폭발력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핵폭탄이 정밀도가 높게 만들었는데도 20%도 못 터뜨렸다면 추가 실험에서 (폭발력을) 높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전에 쓰려면 필수적=완벽한 핵무기 제조 기술을 확보를 위해서는 2차 핵실험이 필수적이다. 단 한번의 실험으로는 실전에 쓸 수 있는 핵무기 제조의 성공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

미국과 러시아가 지금까지 1000여 회의 핵실험을 했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1998년 핵실험을 할 때 이틀 간격으로 각각 5, 6차례 핵폭탄을 터뜨린 사례를 봐도 그렇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북한이 정상적인 핵개발을 계획했다면 9일 첫 실험을 하기 전에 2, 3개의 핵실험을 디자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의 노림수=미국에 대해 ‘핵확산’과 ‘협상’ 중 양자택일을 요구하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라이스 장관이 방한을 통해 미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과 중국의 안보리 결의안 동참을 독려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외무성 성명에는 대화의 제스처도 담겨 있다.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 이전을 불허할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원칙을 변함없이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자신이 9번째 핵보유국이 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향후 진행될 수 있는 협상에서 더 많은 ‘몸값’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성명은 “지난날 핵무기가 없이도 온갖 풍파에도 끄떡하지 않은 우리 공화국이 당당한 핵보유국이 된 오늘날에 와서 그 누구의 압력이나 위협에 굴복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해 10월 9일 이후 북한의 지위가 달라졌다는 것을 내비쳤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