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사찰 고택 서원 등에서 도난당한 문화재를 취득해 개인적으로 보관하거나 사설 박물관에 전시해 온 박물관장 인간문화재 서예가 화가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들이 도난 문화재를 입수한 뒤 개인적으로 은닉해 오다 절도 공소시효가 지난 뒤에야 자신들의 박물관에 전시했다가 문화재 전문가인 관람객의 제보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난 문화재를 취득한 뒤 은닉한 혐의(문화재 보호법 위반)로 H박물관 관장 권모(65) 씨와 M박물관 관장이자 인간문화재인 박모(58) 씨, 서예가 문모(51) 씨, 탱화 전문화가 허모(42)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516점의 문화재를 압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 씨 등은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도난당한 총 252점의 중요 문화재를 전문 절도범, 미술품 매매상 등을 통해 구입한 뒤 보관해 온 혐의다.
이들 문화재 가운데는 1741년 제작 돼 경남 창녕 관룡사가 소유하고 있던 영산회상도, 전남 장성 백양사 소유의 아미타극락회상도 등 탱화와 전남 나주 불회사 소유 범종, 통일신라시대 석탑 기단석 6점, 면암 최익현 선생의 면암집, 조선시대 목판과 고서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정식 감정가는 나오지 않았지만 도난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이들 문화재의 값어치는 50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252점의 문화재는 모두 국가가 지정한 유형문화재나 기념물, 민속자료가 아닌 비지정문화재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권 씨 등은 "집 앞에 버려져 있던 것을 주웠을 뿐이다" "도난품인 줄 모르고 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도난 문화재는 은닉해 놨다가 절도 공소시효(지정문화재 10년, 비지정문화재 5년)가 지나면 공개되거나 거래되는 특성이 있다"며 "각지의 명승지 사찰 등이 문화재 관리를 허술히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