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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산책]3D애니 ‘아더와 미니모이’ 제작 뤽 베송 감독

입력 | 2006-10-20 03:04:00


뤽 베송 감독(사진)을 만나러 가는 길은 멀었다.

파리에서 서쪽으로 2시간 정도 달리니 젖소와 양들이 뛰어노는 노르망디의 들판 지대가 펼쳐졌다. 뤽 베송 감독의 ‘디지털 팩토리’는 들판 한가운데 있었다. ‘팩토리(공장)’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공간이었다.

잘 관리된 잔디 위로 상영관이 있는 건물,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 등 크고 작은 건물이 적절히 배치돼 있었다. 목가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들 사이로는 시냇물이 흘렀다.

도시의 소음과는 완전히 단절된 채 자연을 무한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의 새 영화 ‘아더와 미니모이’를 만들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더와 미니모이’는 크리스마스 때 전 세계 동시 개봉을 목표로 제작된 영화. 3D 애니메이션을 위주로 실사가 곁들여진 작품이다.

뤽 베송 감독은 넉넉한 몸집에 유머가 넘치는 말투로 시사회장을 찾은 손님들을 맞았다. 그는 “영상과 음향의 일부를 제외하고 작업은 거의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아더와 미니모이’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 영화다. 할머니와 단둘이 외딴 집에서 살고 있던 말썽꾸러기 소년 아더가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남긴 주술서를 발견한 뒤 보물을 찾아 미니모이의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 미니모이는 아더가 사는 집의 마당에 살고 있는 키 2mm의 생명체다.

작품은 애니메이션 답게 상상력으로 가득했다. 뤽 베송 감독 특유의 스피디한 화면도 계속 이어졌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뤽 베송 감독이 직접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바탕으로 총 3부작으로 제작될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다.

‘레옹’ ‘제5원소’ ‘그랑블루’로 유명한 그가 어린이용 판타지 소설 ‘아더와 미니모이’를 쓴 이유가 궁금했다. 간단한 질문에 무척이나 철학적인 대답이 나왔다.

“지금 세상은 너무 어지럽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시니컬하다. 자연으로부터도 너무 떨어졌다. 인간은 자연에서 멀어지면 죽는다. 미니모이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연의 일부다.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자는 생각을 작품에 담았다.”

영화에는 키가 2m를 훌쩍 넘는 보고마타살라이라는 아프리카 부족민도 등장한다. 그는 “2m의 보고마타살라이가 보는 세상과 2mm의 미니모이가 보는 세상은 각각 다르다”면서 “두 종족이 손을 잡으면 세상의 전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종 차별’ ‘계층간 갈등’ 같은 주제도 다뤘다는 설명이었다.

시사회 직전 그는 관객들에게 “당신이 열 살이던 때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감상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런 그의 10세 시절은 어땠을까.

“내가 열 살 때는 TV도 인터넷도 비디오게임도 없었다. 장난감도 제대로 없어 직접 돌로, 흙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가며 놀았다. 상상력을 무한히 펼칠 수 있었다. 그때의 상상력을 되살려 ‘아더와 미니모이’를 만들었다.”

뤽 베송 감독은 지금도 컴퓨터를 쓰지 않고 펜으로 글을 쓴다. e메일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을 끝으로 그는 제작은 계속 하되 감독은 그만둘 계획이다. 그는 달리기 선수에 비유해 이유를 설명했다.

“달리기 선수는 자신의 최고 기록을 깨뜨리는 것이 최대의 목표다. 더는 신기록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달리기를 멈춘다.”

노르망디=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