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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따 모스크바]“유럽 최신곡이 300원”… 저작권 불감증

입력 | 2006-10-20 03:04:00


“미국이 왜 러시아인의 최신 팝송 청취를 방해합니까.”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러시아의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인 알로프엠피스리닷컴(약칭 알로프)을 폐쇄하라고 러시아 정부에 요청하자 러시아인들이 보인 반응이다.

알로프는 유럽의 최신 음악을 곡당 9루블(약 300원)에 배포하면서 러시아에서 최고의 인기를 끄는 음악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많은 러시아 젊은이가 이 사이트에서 영어권 음악을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내려받아 길거리나 집에서 듣고 있다.

팬택 러시아지사 이찬문 부장은 “한국의 ‘소리바다’나 ‘벅스’가 유료화로 돌아서기 전의 상황을 연상시킬 정도로 러시아에서 알로프의 인기는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러시아뿐 아니라 서유럽 사람들도 이 사이트에 들어와 음악을 내려받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앨범 하나 분량의 음악을 2달러(약 1900원)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러시아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WTO 가입을 아직까지 허용하지 않은 미국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로 이 사이트를 지목했다.

알로프 때문에 많은 영어권 팝송 스타와 앨범제작자가 만든 음악이 불법 복제되거나 헐값에 팔린다고 미국 측은 주장했다.

국제음반산업 단체들도 “영어권 음악의 10분의 1이 알로프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면서 음원 소유자의 지적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모스크바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알로프 임원들은 “회사는 러시아 법에 따라 운영되고 세금과 로열티도 내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부총리가 “유럽의 요구에 따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며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갑자기 다운로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의 비판이 러시아 정부로 향한다”며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