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20일(현지 시간)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보장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그 결과를 공동성명에 반영했다. 핵우산 보장은 미국이 1978년부터 매년 SCM 공동성명에 넣어 왔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에 이를 구체화했다는 것은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루 전 미국은 양국 합참의장이 수석대표인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핵우산 공약을 구체화하도록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전략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연합작전계획 5027’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핵우산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튼튼한 한미 군사동맹과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즉각적인 참전이 전제돼야 한다.
한미 군사동맹은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조약에 명문규정이 없어 그 자체만으로는 유사시 미국의 자동 개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완장치가 바로 한미연합사와 전시작전통제권의 공동행사이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환수(단독행사)하게 되면 핵우산 보장도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나라는 이미 MCM에서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새로운 지휘구조를 짜는 로드맵에 서명했다. 북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는 남북간 군사력 균형이 깨져 핵우산 보장 없이는 한국군 단독으로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양국은 지금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전시작전권 환수(이양) 시기를 2009년이니, 2012년이니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핵실험이라는 돌발변수가 터져 나온 마당이니 전시작전권 문제에 대한 논의도 되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모험주의 정부가 아니라면 북의 위협이 더욱 고조된 상황에서 환수시기를 서둘러 확정짓는 실수를 해선 안 된다. 미국 역시 한국을 진정한 동맹국으로 여긴다면 북핵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 이 문제에 접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