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에서 프리뷰 형식으로 22일 국내 첫선을 보인 일본 극단 ‘시키’의 뮤지컬 ‘라이온 킹’. 2부 마지막 대목에서 주인공 ‘심바’가 왕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극단 시키ⓒDisney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초대형 뮤지컬 ‘라이온 킹’을 22일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다. ‘시키’는 이날 국내 첫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했다.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라이온 킹’은 215억 원 규모로 국내 뮤지컬계로부터 ‘일본 자본의 문화 침략’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국내 뮤지컬 단체들은 이에 맞서 23일 ‘뮤지컬의 날’을 선포하고 뮤지컬 배우 100여 명이 총출동하는 대형 무료 공연을 마련해 팬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 라이온 킹 무대 ‘명성 그대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극장. 주술사 원숭이인 라피키의 노래와 함께 ‘라이온 킹’의 막이 올랐다. 커다란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는 무대 양 옆에서 대형 기린과 사자가 걸어 나오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객석 뒤에서부터 얼룩말 홍학 코끼리 등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박수와 감탄이 계속 이어졌다. 무대는 어느새 수십 마리의 동물이 뛰노는 아프리카 초원이 됐다.
2시간 반의 무대는 상상력이 넘쳤다. 일본 극단의 작품이지만 ‘사자 설렁탕’ ‘물냉면’이 대사에 등장하고, “왜 저렇게 풀이 죽어 있느냐”는 말에 “무슨 풀이 죽었는데” 하는 유머가 나오는 등 한국 정서에 맞게 손질한 대목도 보였다.
시키 소속으로 ‘스카’역을 맡은 주연급 배우 김승락은 연기는 노련했으나 한국어 대사의 억양이나 가창에서 오랜 일본 활동의 흔적을 드러냈다. 시키가 선발한 한국 신인 배우들은 발성과 딕션(대사전달력)은 평가받을 만했으나 라피키 등 일부 배우의 연기는 좀 더 시간을 필요로 했다.
20인조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는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과 달리 시키의 한국 공연은 반주테이프(MR)를 틀어 음악적 풍성함에 아쉬움을 남겼고 두 명의 연주자가 타악기만 라이브로 연주해 그나마 흥겨움을 살렸다.
‘라이온 킹’ 못지않게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이날 처음 공개된 샤롯데극장. 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이 개관 공연을 일본 극단에 장기 대관했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시설로만 보면 샤롯데는 ‘전용극장’이라는 이름값을 했다.
○ 국내 단체 ‘뮤지컬의 날’ 선포
국내 뮤지컬 단체들은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야외무대에서 ‘제1회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을 열고 ‘뮤지컬의 날’ 선포식을 갖는다. 한국뮤지컬협회는 국내 최초의 창작 뮤지컬인 ‘살짜기 옵서예’의 초연(1966년 10월 26일) 40주년을 기념해 매년 10월 넷째주 월요일을 ‘뮤지컬의 날’로 정해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윤호진 한국뮤지컬협회장과 배우 조승우 등 11명은 선포식 후 뮤지컬인의 단합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함께 낭독한다.
오후 6시부터 4시간 동안 펼쳐지는 행사에서 ‘살짜기 옵서예’ 초연 당시 주연을 맡았던 가수 패티 김을 비롯해 김다현 이석준 등 인기 뮤지컬 배우 100여 명이 노개런티로 출연해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오페라의 유령’ 등 인기 뮤지컬의 노래를 들려준다.
이 행사는 시키의 한국 진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된 ‘한국뮤지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기획했다. 신춘수 위원장은 “배우 스태프 등 뮤지컬 종사자들이 관객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통해 시키의 한국 진출로 인한 한국 뮤지컬의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