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의 화제는 선동렬(43) 삼성 감독의 입이었다.
작년에 선 감독은 처음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만 하면 마치 족집게처럼 딱딱 맞아떨어졌다. 승패 정도가 아니라 경기 스코어까지 비슷하게 맞히는 데야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2006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선 감독의 입은 거침이 없다.
선 감독은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차전을 앞두고 “만약 우리가 이겨 2승이 되면 우리가 4전 전승, 못해도 5차전에서 4승 1패로 우승할 것이다. 만약 진다면 6, 7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인식 한화 감독은 “그 정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선 감독에게선 2년차 감독이 가질 법한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중견 감독 뺨치는 선 감독의 노련미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선 감독의 다양한 우승 경험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선 감독은 “프로 입단 후 첫 우승이었던 1986년과 일본에 가서 처음 우승했던 1999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외에는 우승을 하도 해서 별다른 감흥도 없다. 우승한다고 해서 별 게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이 올해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날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듣고는 “눈물이 나야 울 것 아닌가. 내 기억에 딱 두 번 운 적이 있다. 한 번은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고 또 한 번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대만에 졌을 때다. 후자는 슬퍼서 운 게 아니고 당시 코치님이 너무 속상하게 해서 울었다”고 했다. 언제나 당당하고 담담한 선 감독이다.
대구=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