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량위(陳良宇)를 치는 데 장쩌민(江澤民) 동지도 저를 지지합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22일 중국 공산당의 근간인 홍군 대장정(大長征) 완수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후 주석을 비롯한 4세대 지도부뿐 아니라 장 전 주석과 리펑(李鵬) 전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 국무원 총리, 리루이환(李瑞環) 전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위시한 3세대 지도부도 대거 참석했다.
중국에서 국가행사에 전현직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이른바 상하이방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천량위 상하이 당 서기가 축출된 뒤 장 전 주석이 후 주석과 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후 주석이 장 전 주석을 대회에 초청해 당의 단합을 과시함으로써 천 서기 축출이 부패 척결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상하이방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장 전 주석도 자신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 주석은 이날 “당과 인민의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며 “배금주의, 향락주의, 개인주의 등 사상적 부패를 물리치고 위민(爲民), 무실(務實), 청렴(淸廉)의 정신을 수용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부패 척결과 단결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TV로 생중계된 데 이어 전국에 방송되는 오후 7시 뉴스에서도 전체 30분 가운데 20분을 차지했다. 그만큼 후 주석과 중국 공산당이 이날 대회 모습을 중국 인민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 전 주석이 후 주석의 부패 척결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침에 따라 앞으로 후 주석의 부정부패 추방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하이 사회보장기금 비리 액수는 당초 알려진 32억 위안(약 3840억 원)에서 무려 100억 위안(약 1조2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