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가져온 가을 호박고구마를 이웃과 나눠 먹으려고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아이 엄마가 문을 살짝 열더니 손가락을 입에 대며 “작게 말해주세요”라며 “우리 아이가 논술 공부 중이거든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너무나 놀랐다. 그 집 아이는 이제 겨우 네 살이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많은 고민에 빠졌다. 우리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데 논술은 고사하고 독서지도조차 하지 않는다. 요즘 ‘영수국’이 아니라 ‘영수논’이라는 말이 유행이라는데 논술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는 불안하기만 하다. 대학이 입시 때 논술 비중을 높이겠다고 해서 논술 바람이 부는 모양인데 과연 아이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
노정숙 부산 영도구 대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