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은 일본의 핵무장 등 동북아 정세에도 격변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높다. 북한의 핵무장이 미-중, 미-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는 지 필립 윤 아시아재단 부총재, 다니엘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문제 연구소 연구담당 소장보(補)에게 각각 들어봤다.
― 일본은 핵무장을 향해 갈까. 중국이 대 북한 제재 공조에서 이탈하는 것을 견제하는 카드로 미국이 일본의 핵개발 가능성을 이용할 가능성은 없을까.
"미국 내에선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들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내에서 재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분명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은 기술적으론 쉽지만 정치적으론 매우 갈 길이 먼 작업이다. 미국은 일본의 핵무장 움직임으로 인한 한일, 일-중간의 갈등 소지를 줄이기 위해 핵우산 제공을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일본이 핵무장을 결심한다면 미국이 (그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본다."(윤)
"미국 내 일부에선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중국과 한국에 대한 압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임 있는 미 행정부 관리 가운데 일본의 핵무장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일본의 정책결정자나 관리들도 진지하게 핵무장을 고려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 문제는 과장돼 있다.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일본은 미국의 안보에 의존해야 한다."(스나이더)
― 대북 제재에 대한 견해 차이로 미-중 관계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은.
"미-중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방대하다. 수많은 이슈가 산적해있고 북핵 문제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미-중은 경쟁자지만 적대자일 필요는 없으며 많은 분야에서 협조적이다. 대북 정책에 있어 차이는 남아 있겠지만 두 나라 모두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양국간 수사(修辭)나 보도에 있어 아마 약간의 긴장은 생길지 몰라도 북한 때문에 심각하게 관계가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하게 반응할 것이므로 미-중 관계는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지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다. 북한의 핵 실험은 지역 리더를 지향하는 중국에겐 위기다."(스나이더)
―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는 과정에서 미-대만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은.
"부시 행정부 안팎엔 대만을 강하게 지지하는 세력, 즉 강경한 중국 반대파가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크다. 만약 북핵 문제와 미-대만 관계를 연결지으려 한다면 그들의 저항이 클 것이다."(윤)
―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할 가능성은.
"회의적이다. 미 행정부의 반응을 간추려 보면 강경파는 더 강경파가 되는 경향이다. 단기적으로 수사는 더 강경해지고 중국, 한국에 대한 압력도 강화될 것이다. 금융제재도 계속될 것이다."(윤)
:다니엘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문제 연구소 연구담당 소장보(associate director for research).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도쿄특파원, 모스크바 지국장을 거쳐 산호세머큐리뉴스의 국제뉴스 에디터 겸 국제문제 칼럼니스트로 활동.
:필립 윤:
아시아재단 자원개발 담당 부총재.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선임보좌관, 4자회담 부대표를 거쳐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 선임보좌관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페리보고서 작성에 간여. 한국계 2세로 브라운대를 거쳐 컬럼비아대 로스쿨 졸업.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