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로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는 ‘국민 여동생’ 문근영. 사진 제공 나무액터스
《배우 문근영. ‘예쁘고 착하고 연기도 되는데 공부까지 잘한다’는 칭찬만 받았다. 그래서 얻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닉네임, 그에겐 오히려 굴레다. 사람들이 원하는, 밝고 맑은 여동생 이미지 안에 갇힌다는 우려도 많았다. 11월 9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는 문근영이 스무 살이 된 뒤 나오는 첫 영화. 거대 유산의 상속녀지만 시각장애인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류민 역을 맡았다. 유산을 노리고 헤어진 오빠 행세를 하며 접근하는 호스트 줄리앙(김주혁)에게 빠져들게 된다.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로서 신고식을 앞둔 문근영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번 영화의 성공이 중요하다는 부담이 있죠?
“다들 그러시는데, ‘스무 살’이니 ‘성인 연기’니. 근데 사실 큰 의미 없어요. 제가 30대, 40대면 성공과 실패가 중요하겠죠. 그렇지만 전 슬슬 걸어가면서 시작하는 배우, 아니 아직 배우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즐겁게 연기하는 게 행복해요.”
―국민 여동생이라는 말은 어때요?
“답답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올해 초에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이제는 마냥 예쁘게만 안 보세요. ‘안티’도 많이 생겼고. 그래서 그 별명의 소중함도 알게 됐고 반대로 거기 얽매이지도 않게 됐어요.”
(그가 말하는 ‘힘든 일’이란 성균관대 인문학부에 자기추천 전형으로 수시 합격한 것을 두고 “연예인이라 특혜를 받았다”고 했던 일부 누리꾼의 공격을 의미하는 듯했다.)
―이번엔 이미지와 달리 세상과 담을 쌓은 우울한 캐릭터를 맡았네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우울하고 어둡고, 또 못된 점도 많아요. 제게도 그런 면이 있으니 특별히 어렵진 않았어요. 사람들이 절 밝게만 보는 건 그런 제 모습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막 화낼 때도 있나요?
“저도 사람이라니까요. 화가 나는데도 화를 잘 안 내다 보니….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죠. 전 화나면 말을 안 하거나 혼자 삭이거나. 진짜 분에 못 이기면 막 엉엉 울기도 해요.”
―멜로의 여주인공으로서,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그리움이죠. 어느 때건 그리운 게 사랑이에요. 사랑하고 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고 사랑을 안 할 때는 사랑했던 기억이 그립고. 왜,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들 하잖아요. 그리움과 항상 같이 가는 게 사랑이에요.”
―오, 사랑을 좀 아는 것 같아요. 사랑을 해 봤어요?
“음…안 해봤다고는 못할 것 같아요. 흠흠. 근데 짝사랑도 사랑이고 연기를 하면서도 사랑을 하게 되니까.”
―입학한 지 1년이 다 됐는데 학교생활은 어때요?
“2학기엔 17학점, 7과목을 듣고 있어요. 공부 잘하느냐고요? 에고, 잘 못해요. 근데 전 공부가 좋아요. 사는 게 다 공부인 것 같아요. 지금의 대화도, 연기도 다 공부잖아요.”
―학교에서 친구들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나요?
“처음 한 달만 그랬지 이제 다들 편하게 대해요. ‘와, 문근영이다’ 하지도 않아요. 제가 학교를 무척 자주 가거든요. 이름만 걸어 놓을 거면 대학 안 갔을 거예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