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그간 추진해온 나진-핫산 연결 북한-러시아간 철도 현대화 사업을 안보리 대북 제재와 무관하게 계속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5일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연례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에서 북한 문제를 질문 받고 "대북 강경론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안보와 평화적 핵개발 등 국익 문제를 보장받으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돼있다는 '신호들'을 보냈다"고 거듭 밝힌 것과 때를 같이해 나와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모스크바발로 푸틴의 최측근 인사로 2008년 대선에 다크호스로 부상한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OAO·러시안 레일웨이스) 사장이 7월 나진-핫산간 40㎞ 구간의 현대화 작업을 연내 완료할 것임을 밝힌 것을 상기시키면서 이 방침이 불변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북한-러시아간 철도 현대화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실행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 푸틴의 계산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미 컬럼비아대 한반도연구센터의 찰스 암스트롱 소장은 블룸버그에 "철도는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힘을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라면서 "옛 소련 붕괴 이후 밀린 동북아 파워 게임에서 힘을 회복하려고 노력해온 러시아에 철도가 그 발판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미 우드로윌슨센터의 한반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도 블룸버그에 "남북한 모두가 역내 경제협력에서 러시아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보다 '친절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1년 8월 처음으로 열차편을 이용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푸틴과 두 나라간 철도연결 사업에 합의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에도 야쿠닌이 서울을 방문해 한국측에 남북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운행 프로젝트가 경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화물량을 보장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야쿠닌측에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이렇다할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사할린에서 대단위로 개발 중인 천연가스를 나진-핫산간 철도를 따라 북한에 공급하고 그 외 물량을 한국과 일본에 판매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점에서도 북한-러시아간 철도 현대화는 러시아가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슨은 러시아의 이런 계산과 관련해 "한반도 주변 정세 안정이 필수 요소"라면서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발판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면 궁극적으로 '통일한국'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예측이 어려운 김정일 체제가 러시아에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영 모스크바국제관계연구소 산하 동아시아센터의 알렉산데르 루킨 소장도 블룸버그에 "현재로선 (러시아에)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통일한국이 실현돼야 모든 것이 순조롭게 협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체제도 크게 변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