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첨단 과학의 현장 중계 ‘MIT 테크놀로지 리뷰’

입력 | 2006-10-26 20:12:00


휴대전화가 HD 영상을 투사할 수 있는 프로젝터로 변신한다면?

코넬대 연구팀은 최근 탄소섬유를 이용해 이 같은 꿈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밝혔다.

이 장치를 이용한 프로젝터는 주사위 한개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50㎝ 거리에서 너비 1m 정도의 고해상도 영상을 투사할 수 있다. 30인치 이상 크기의 HD(고해상도) TV가 휴대전화 안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 기술의 열쇠는 가로 0.5㎜ 정도에 불과한 거울로, 탄소섬유에 부착된다. 압전(壓電)소자가 신호를 받아들여 진동하면 탄소섬유는 진동을 증폭시켜 거울을 움직인다. 거울에 레이저를 쏘면 거울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각도로 빛을 보낼 수 있다.

현재까지는 한 방향으로 거울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상태지만, 연구진은 앞으로 거울이 상하좌우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영상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적 녹 청 3색의 레이저를 사용해 컬러 영상을 만들어내는 데도 기술적 문제가 없다.

오늘날 이미 소형 거울을 응용한 수많은 다른 초정밀 극소전자기계(MEMS) 기술들이 디스플레이 장치에 응용되고 있다. 텍사스 주 댈러스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는 수백만 개의 극소 거울로 이루어진 DLP 칩을 개발한 바 있다. 수백만 개의 거울 각각은 광원에서 오는 빛을 'on'과 'off'의 방향으로 바꿔 비춤으로써 영상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이 칩은 수많은 DLP TV와 프로젝터에 쓰이고 있다.

워싱턴 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비전 사의 경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와 달리 코넬 대처럼 단 하나의 미세 거울을 사용한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도 탄소섬유를 응용한 것은 아니지만 컬러 영상장치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코넬대 연구진은 탄소섬유를 이용한 디스플레이가 이 같은 경쟁 기술들보다 장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거울의 빠른 진동이 가능하며 가까운 거리에서 넓은 각도로 투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재료공학 교수인 마이클 톰슨 씨는 "탄소섬유는 많이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아 거울이 마음대로 넓은 각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넓은 투사각 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빠른 고주파 진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정밀도 해상을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이점이다. 탄소섬유에 부착된 거울은 1초에 3만 5000회까지 진동할 수 있으며, 이는 1280×768 픽셀의 HD(고해상도) 화면을 1초에 60회나 바꾸기 충분하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의 전자공학 및 컴퓨터과학 교수인 밍 우 씨는 고해상도에 필요한 요건으로 거울의 속도 외에 거울의 크기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큰 거울을 이용할 경우 거울이 빨리 진동할 수 없었다. 톰슨 교수는 탄소섬유에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기 충분한 0.5mm 크기의 거울을 부착할 수 있으며 앞으로는 더 큰 거울도 부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산 단가를 낮추는 일은 필수적이다. 최근까지도 연구자들이 값싼 실리콘 소재를 사용한 거울 진동식 투사장치 개발에 집착했던 것도 바로 싼 가격 때문이었다.

코넬대 박사과정 학생으로 탄소섬유 개발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샤얀 데사이 씨는 이 점에 주목해 톰슨 교수와 함께 기존의 실리콘 디스플레이 생산기술을 응용한 생산과정을 개발했다. 이 경우 저렴한 실리콘 공정을 응용하다가 맨 마지막 단계에 탄소섬유를 장착하면 공정이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규모 생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지는 수작업으로 탄소섬유를 부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밍 우 씨는 기술이 상용화에 근접하면서 자동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톰슨 교수는 연구진이 1년 안에 시험판 프로젝터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용화까지는 앞으로 3년에서 5년이 걸릴 것으로 그는 내다보고 있다.

▼ 국민대 신현정 교수“탄소섬유 원하는 모양대로 만드는게 과제”

전철에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모습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앞으로는 '흰 벽'만 있으면 휴대전화를 프로젝터삼아 큰 HD 화면도 감상할 수 있게 될까.

"DMB 기기에 부착할 수도 있고, 캠코더에 결합시켜 방금 촬영한 풍경을 대형 화면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실리콘을 이용한 초소형 프로젝터 개발이 정체상태에 머물러왔는데, 탄소섬유가 돌파구를 열고 있군요."

국민대 신현정 교수(신소재공학)는 "탄소섬유는 강력하게 결합된 탄소 결정을 섬유 형태로 만든 것이므로 가벼워 초고주파의 진동이 가능하다"며 "코넬대 팀이 이런 특성을 이용해 좋은 착안을 했다"고 말했다.

"탄소나노튜브 기술을 응용한 탄소섬유는 머리카락의 5만분의 1 두께로 만들 수 있지만 케블라 섬유보다 17배나 강해 초고감도 센서, 정밀한 주파수 발생기 등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습니다."

반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원하는 성질과 형태 그대로 탄소나노튜브를 생산하는 일은 아직 어렵다는 것. 특히 원하는 위치에 적당한 극미(極微) 구조물을 만드는 조작 기술을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단계라고 그는 설명했다.

신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섬유 외에 첨단 전자 소자(素子)분야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21세기 첨단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압전소자: 결정판에 힘을 가해 변형을 주면 표면에 전압이 발생하며, 반대로 결정판에 전압을 걸면 힘이 발생하는 압전(壓電)효과를 응용한 전기소자. 압전효과는 1880년 프랑스의 자크 퀴리와 피에르 퀴리 형제가 처음 발견했다. 마이크로폰, 스피커, 초음파탐지기, 수정시계의 진동자, 원거리 통신회로 등에 이용된다. 최근에는 카메라 자동초점 기능 등 첨단 장치에도 응용되고 있다.

:MEMS: 초소형전자기계시스템(MicroElectroMechanical System)의 약어.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초소형의 기계 제작 기술을 뜻한다. 실리콘이나 세라믹 등의 반도체 재료에 광(光) 반응물질을 씌우고 빛 에너지로 깎아내 3차원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며, 감지 소자의 기능을 하는 마이크로 센서, 구동장치인 마이크로 모터 등을 제작한다. 작은 공간에 여러 소자를 집적할 수 있는 외에 에너지 사용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정보

▽GPS로 비행기 충돌사고를 막는다=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소형 항공기가 건물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9·11 테러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존 레이더 기술로는 이 같은 사고를 완전히 방지할 수 없다는데…. MIT 항공학과 존 한스먼 교수는 "위성항법장치(GPS) 통제 시스템을 발전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동영상 검색기술의 발전=최근 구글이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를 인수함에 따라 개인이 촬영하고 웹사이트에 올리는 '인터넷 개인 비디오'가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원하는 영상을 찾으려면 비디오를 올린 사람이 별도로 입력한 검색어에 의존해야 한다. 구글이 최근 개발 중인 동영상 검색엔진은 영상에 등장한 인물들의 얼굴 특징까지 분석해 원하는 영상을 찾아준다. 이 기술은 방송국의 자료실 관리나 영화 편집에도 응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