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팔루아 리조트 골프클럽의 플랜테이션 코스 1번홀. 겨울이면 험프백고래가 전방 몰로카이 섬과의 사이에 있는 바다에 모습을 나타낸다. 매년 1월 열리는 PGA투어 개막 대회인 메르세데츠 챔피언십의 무대.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아널드 파머가 설계한 터틀베이 리조트의 파머코스 17번홀. 노스쇼어의 바람많고 파도 높은 해안 끝으로 저멀리 리조트 호텔이 보인다. 사진제공 하와이관광청 한국사무소
《2년 만에 다시 찾은 하와이. 이번에는 골프장이 목적이었다. 최근 대한항공의 라스베이거스 직항노선 취항 이후 엉뚱하게도 하와이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기왕에 가는 미국인데 단조롭게 라스베이거스 한 곳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하와이에서 골프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일정은 서울∼하와이∼라스베이거스∼서울. 이런 여정의 미국투어 루트는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 서퍼의 천국에 자리 잡은 터틀베이의 파머 코스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 섬 북단의 노스쇼어. 이곳은 파도가 세기로 이름난 미국판 ‘서퍼스 파라다이스’(파도타기 명소라는 뜻으로 본래 지명은 호주 동부 해안의 골드코스트 해변)로 터틀베이는 노스쇼어에서도 거의 최북단의 해안이다.
리조트 규모는 108만 평. 주변에 리조트 호텔(객실 443개) 외에는 어떤 인공시설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다. 객실에서는 온종일 집채만 한 파도를 타는 서퍼의 모습이 보인다.
터틀베이의 골프클럽에는 늘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PGA 챔피언십 코스’(SBS오픈), ‘파머 코스(아널드 파머 설계)의 무대’ 등등. 오아후 섬 유일의 36홀 골프장이라는 문구도 항상 뒤따른다.
아널드 파머가 설계한 파머 코스는 골퍼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코스다. 전반 아홉 홀은 물과 모래가 적절히 조화된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로 설계됐고 후반 아홉 홀은 아이언우드(미국산 서어나무) 숲과 습지로 이뤄진 정글 같은 수림을 활용한 설계다.
○ 미셸 위의 땀방울이 스며든 딱정벌레 마크의 코올리나 골프장
미셸 위는 한국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하와이의 자랑. 코올리나 골프클럽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아마추어 시절 미셸 위가 주로 연습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요즘도 연습하러 오는 미셸 위를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여기다.
골퍼들의 눈에 익은 딱정벌레 모양의 엠블럼. 그곳이 바로 코올리나 골프클럽이다.
위치는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차로 25분 거리(27km). 오아후 섬의 남서부 해안이다. 78만 평 리조트에는 호텔과 콘도, 마리나(요트정박장)와 골프클럽(18홀)이 있다. 골프와 요트를 두루 즐기는 부유층이 선호한다.
코올리나 골프클럽은 섬세한 조경으로 LPGA 필즈 오픈 챔피언십의 무대가 됐다. 터틀베이의 파머 코스가 도전욕을 자극하고 ‘고난의 행군’을 암시하는 남성적인 터프한 코스라면 코올리나는 미셸 위처럼 생기발랄하면서 보듬고 싶을 만큼 예쁜 여성적인 코스다.
조경의 핵심은 계단식 폭포와 그 물로 채워지는 워터해저드. 시그니처 홀(8, 12, 18번) 모두가 폭포와 워터해저드로 설계됐다.
○ 파인애플과 고래, 섬과 바다로 둘러싸인 골프장, 카팔루아 리조트
마우이는 오아후 섬에서 항공기로 30분 거리. 현재의 주도가 있는 오아후가 도시적이라면 옛 하와이 주도였고 고래잡이 어항이었던 이곳은 시골 느낌이다. 하와이의 옛 정취를 느끼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섬은 휴양지로 개발돼 고급 리조트호텔이 즐비하다.
카팔루아 리조트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이다. 세계 최고급으로 칭송되는 리츠칼튼 호텔이 들어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하와이적인 리조트라고 할 수 있다. 하와이의 대명사인 파인애플 농장이 그 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조트 주인은 ‘마우이 파인애플 컴퍼니’이고, 나비모양 엠블럼의 한가운데에는 파인애플 모양이 새겨져 있다. 이 회사는 1996년 ‘골든 파인애플’이라는 황금빛의 달고 향기로운 신종 파인애플을 개발해 파인애플 시장을 석권한 농장주. 호텔과 빌라, 골프장 등 리조트 시설은 2815만 평이나 되는 거대한 파인애플 플랜테이션(농장)에 들어섰다.
이곳의 자연경관은 하와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나다. 바다를 향해 경사진 플랜테이션의 산등성이 아래로는 코발트빛의 바다가 호수처럼 펼쳐지고, 그 뒤로는 하얀 구름을 고깔처럼 머리에 쓴 몰로카이 섬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다. 바다에서는 고래가 떼 지어 놀며 분수처럼 물을 내뿜는 모습(12월∼이듬해 3월)도 볼 수 있다. 여행기자의 철칙(한 번 간 곳은 다시 가지 않는다)을 어기고 2년 전 다녀간 이곳을 다시 찾은 것은 바로 이런 천국 같은 풍광 때문이다.
리조트는 어찌나 넓은지 차를 타고 돌아도 한참 걸릴 정도다. 거기에는 4종의 숙박시설과 3개의 골프코스(골프아카데미 포함), 11개의 식당이 있다. 골프코스 역시 하와이에서 최고로 꼽히는데 3개가 각각 개성을 지니고 있다. 베이 코스는 절벽 해안가, 플랜테이션 코스는 산등성의 파인애플 농장, 빌리지 코스는 원주민 마을 터에 들어섰다.
압권은 플랜테이션 코스(파73, 7411야드)다. 50여 개의 미국 PGA 투어에서 시즌 오픈을 알리는 첫 대회, 메르세데츠 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이다. 전 해의 각 대회 우승자만 초청되는데 최경주 선수는 여기서 아직 우승하지 못했어도 역대 참가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62타)을 세운 레전더리 플레이어로 기억된다. 시그니처 홀은 바다를 향한 내리닫이의 18번(파5·663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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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