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 사회지능/대니얼 골먼 지음·장석훈 옮김/560쪽·1만8000원·웅진 지식하우스
《#실험 1 붉은털원숭이 여섯 마리가 끈을 당겨 먹이가 나올 때마다 일곱 번째 원숭이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실험을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동료를 본 원숭이 중 네 마리는 먹이가 극히 적지만 전기 충격이 없는 다른 끈을 향해 갔다. 다섯 번째 원숭이는 5일, 여섯 번째 원숭이는 12일 동안 아예 끈을 만지지도 않았다. 동료에게 전기 충격을 주느니 차라리 굶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실험 2 신생아들은 뭔가 불편해서 우는 다른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따라 울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기 울음소리를 녹음한 것을 들려주면 거의 울지 않는다. 생후 14개월이 지나면 아기들은 다른 아기를 따라 울 뿐 아니라 아파하는 것을 덜어 주려고 애를 쓴다.》
○ 사회적 뇌를 개발하라
원숭이와 사람 모두 본능적으로 다른 존재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뭘까. 생존에 유리한 성질은 뇌에 새겨진다. 그 같은 진화의 결과가 뇌의 거울신경세포다. ‘다른 이의 고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아픈’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회로다. 저자는 이 같은 신경회로의 작동으로 인한 감정의 전염, 사람들의 상호작용이야말로 행복과 성취 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겸 컨설턴트인 저자는 11년 전 ‘감성지능’으로 감성지수 개발 붐에 불을 붙였고 이번엔 ‘사회지능(SQ)’의 중요성을 들고 왔다. ‘감성지능’이 인간 개체가 갖는 능력을 다뤘다면 이 책은 우리가 ‘연결’될 때 일어나는 일들을 주목한다.
사회생활에서의 성공을 연상시키는 용어 ‘SQ(Social Quotient)’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든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책의 어디에도 ‘SQ’라는 말은 나오지 않으며, 당연히 향상 비법 같은 것도 없다. 그보다 이 책은 사람이 상호 작용할 때에 일어나는 뇌의 활동과 우리의 반응에 대한 신경과학의 축적된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보여 준다. 건조한 문체가 꽤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사회지능의 작동 원리,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풍성한 밑그림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지휘하는 신경회로를 ‘사회적 뇌’라고 지칭하며 이를 의식 아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로 로드(low road)’와 신중하고 조직적인 ‘하이 로드(high road)’로 구별한다.
‘로 로드’는 빠르지만 거칠고 ‘하이 로드’는 느리지만 주의 깊다. 두 로드는 번갈아 가며 우리의 사회지능을 형성한다.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어떤 감정에 반응할 때 순간적인 첫 선택은 ‘로 로드’에, 어떤 최종 결과를 선택하느냐는 ‘하이 로드’에 달려 있다.
○ 사회지능 활용방향으로 제도를 틀어라
저자는 숱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사회관계망이 넓은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고 병에 걸릴 확률도 적으며 더 오래 산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뇌는 타자를 향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친구가 너무 심하게 아프거나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병문안 자체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지만, 저자는 “할 말이 없더라도 일단 방문하러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유한다. 식물인간 상태가 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가볍게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정상적 뇌를 가진 사람의 반응과 같은 형태로 환자의 뇌 회로가 활성화한다.
이 책의 미덕은 개인의 자기 계발에 그치지 않고 사회지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저자는 환자와 학생을 ‘너’ 대신 ‘그것’으로 취급하는 병원과 학교의 비인간적 환경을 매섭게 비판한다.
직장인이라면 기업체에서의 사회지능 적용을 설명하는 대목에 눈길이 갈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생산성과 직장에 머무는 시간을 좌우하는 주된 요소는 상사에 대한 호감이다. 직장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느낌과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지능을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그 방법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하긴, 그걸 꼭 말해야 아는 것도 아니겠지만. 원제 ‘Social Intelligence’(2006년)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