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쏟아지는 가운데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6차전. 3만500석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들 사이엔 정운찬(59) 서울대 전 총장도 있었다.
제자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정 전 총장은 잠시도 경기에서 눈에 떼지 못했다. 점심도 구장에서 파는 김밥으로 간단히 때웠다. “어제(28일) 열린 5차전은 TV를 통해 끝까지 시청했다”는 정 전 총장은 “개인적으로는 두산 팬이지만 그래도 한국시리즈인데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에 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열렬한 두산팬으로 알려진 정 전 총장은 두산의 1년 홈경기(63경기) 가운데 20경기 이상을 직접 야구장을 찾아 관람하는 야구광이다.
정 전 총장은 “준플레이오프부터 너무 격전을 치른 탓인지 한화 타자들이 힘없어 보인다. 어제 15회 무승부 경기를 치르면서 너무 힘을 뺀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마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정 전 총장이 야구광이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58년이다. 그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는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에 들러 한국대표팀과 경기를 치렀는데 그 경기로 본 뒤 야구의 재미에 흠뻑 빠졌다.
그 후 고교 야구와 실업 야구가 열리는 동대문운동장(구 서울운동장)을 ‘밥 먹듯이’ 찾았다고 한다. “중간고사때건 기말고사때건 가리지 않고 경기만 열리면 야구장에 갔다”는 게 정 총장의 말이다. 미국 뉴욕 유학 시절에는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경기를 보러 다니는 게 즐거움이었다.
정 전 총장이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매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야구는 인생과 가장 비슷한 스포츠다. 타임아웃이 없다는 것과 팀 운동과 개인 운동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큰 재미”라고 말한다.
하긴 서울대 총장직을 그만둔 직후 “이젠 야구장에 갈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라고 했던 정 전 총장이 아니던가.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