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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터득한 나만의 비법 팝니다”

입력 | 2006-10-30 03:01:00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시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수산물상회를 운영하는 이기성(32) 씨는 지난해 4월 한 인터넷 노하우 매매 사이트에 ‘신선한 해산물 고르는 방법을 알려 준다’는 글을 올렸다.

“아버지 대부터 35년 동안 해산물을 다루며 얻은 노하우를 그냥 썩히기 아까워서요. 노하우를 사겠다는 사람이 가게에 오면 직접 해산물을 보면서 물 좋은 것을 고르는 법을 알려 주고 1만∼2만 원 받아요.”

지금까지 이 씨의 노하우를 ‘사 간’ 사람은 20여 명. 해산물 고르는 방법을 배운 이들이 단골이 되는 것은 부가적인 소득이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정재영(28) 씨는 지난해 말 5년 동안 모은 돈으로 식당을 냈다. 개업 후 7개월 동안 하루 평균 매출은 고작 25만 원. 점심메뉴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식당문을 닫아야 하나 전전긍긍하던 정 씨는 7월 초 노하우 거래 사이트에서 ‘칼국수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 준다’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300만 원을 내고 일주일 동안 칼국수, 김치, 밑반찬 만드는 방법을 배운 정 씨는 이후 메뉴에 칼국수를 추가했고 지금은 이전의 두 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삶에서 터득한 ‘틈새비법’=이 씨와 정 씨가 노하우를 팔고 산 사이트에는 4000여 개의 노하우가 올라와 있다.

식당 운영 노하우처럼 창업 등과 관련해 가격이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지만 생활 속에서 터득한 1만∼2만 원짜리 ‘나만의 비법’이 주류.

‘내게 맞는 와인을 고르는 법’부터 ‘콩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콩 먹이는 법’, ‘지하철을 이용해 목적지에 빨리 가는 방법’, ‘영화관에서 티켓을 빨리 사는 법’ 등은 전문서적 등에서는 찾을 수 없는 ‘틈새 비법’이다.

‘아이들에게 콩을 먹이는 법’을 올린 주부 권인숙(38) 씨는 “11년 동안 딸 셋을 키우면서 터득한 콩 먹이기 노하우가 아까워 팔기로 했다”며 “콩 먹는 개수를 한 개씩 늘려 가는 방법을 전화로 상담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외모로 200여 명의 여성과 교제한 이력을 내세워 연애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남성도 있고 영화관에서 반년간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다리지 않고 영화 표 사는 법을 전수해 주겠다는 여대생도 있다.

▽‘로또 당첨 비법’ 등 허황된 노하우도 많아=그러나 인터넷 노하우 중에는 웃고 넘길 수 없는 허황되거나 불건전한 정보도 적지 않다.

로또 당첨 비법(5회 5000원), 바다이야기 등 성인오락게임에서 돈을 따는 ‘필승공략법’(6개월 2만9000원), ‘카지노에서 돈 따는 법’ 온라인 강의(10일 150만 원), 희망 성별을 임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택임신 서비스(12개월 1회 5만 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

선택임신 서비스에 가입했던 문모(29·여) 씨는 “선택임신은 둘째고 유료 정보도 짜깁기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인터넷 정보이용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신청은 올해 들어 9월 15일까지 3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건)에 비해 6배 이상 폭증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의 최은실 팀장은 “‘로또 당첨 비법’처럼 소비자가 사행심을 갖고 있었거나 성인 정보처럼 불건전한 정보일 경우에는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받기 힘들다”며 이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