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2일쯤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후임 인선을 발표한다. 새 통일부 장관은 김하중 주중국 대사와 이재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압축됐고 국정원장 후임은 김만복 국정원 1차장, 윤광웅 국방부 장관, 이종백 서울고검장으로 압축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또 국방장관엔 김장수 육군참모총장과 배양일 전 공군참모차장,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3배수 후보군에 들어갔다. 외교부 장관 후임에는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유력한 가운데 김하중 대사와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도 후보에 올라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개각 때 즉흥적인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로 물의를 빚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장…내부승진? 돌려막기? 사시동기?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의 후임은 김만복 국정원 제1차장(해외담당)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 이종백 서울고검장 등 3배수로 압축됐다.
김 차장 카드는 ‘국정원 맨’으로서 국정원 내부 승진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주장이다.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 진작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김 차장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정보관리실장으로 발탁됐을 때 세종연구소 시절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한때 ‘이종석 사람’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은 당시에도 노 대통령의 호감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29일 “김 차장이 NSC에서 국정원으로 옮길 때 이 장관이 밀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무근”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차장은 김승규 원장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무 처리 방식을 둘러싸고 김 원장과 김 차장은 적잖게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일각에서는 “김 차장이 자기 보신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로 국방부 장관을 그만둔 뒤 국정원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었다. 한나라당의 정보통인 정형근 의원은 8월 공개적으로 ‘윤광웅 국정원장 내정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처지에선 임기 말 느슨해지기 쉬운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해선 윤 장관을 신뢰할 수 있는 적임자로 여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윤 장관은 안보 현실을 무시한 채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추진해 여론의 표적이 된 데다가 북한 핵실험에 잘못 대처했다는 지적도 많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의 사시 17회 동기생인 이종백 서울고검장은 노 대통령의 법조계 인맥인 ‘8인회’ 멤버다. 같은 사시 동기생인 정상명 검찰총장과 함께 이 고검장은 노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어 국정원장 후보군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정 총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이 고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려는 인사까지 검토했을 정도로 이 고검장에 대한 신임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의 신임이 이 고검장에게 역풍이 될 수도 있다. 사시 동기생인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논란을 빚는 상태에서 또다시 동기생을 국정원장에 앉히는 인사가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외교통상부 장관…‘튀는 송민순’ 유력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3명에 대해서는 단점을 지적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유력하다는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김하중 주중국 대사는 대미 관계가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은 청와대와의 관계설정이 부담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송 실장은 보고서 작성 능력과 협상력, 외교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북한 핵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지난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이끌어내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9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라는 ‘성과물’을 도출한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현 정부에서는 인정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하루 식사 세 끼를 함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그러나 거침없는 언행으로 수차례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등 외교부 장관으로서는 부적절한 카드라는 지적도 많다. 그는 18일 한 강연에서 “인류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발언했다가 미국 측으로부터 해명 요구를 받았다. 2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은 핵 확산 방지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외교관(觀)’을 따라가려는 ‘코드 맞추기’가 지나치다는 비판과 함께 이종석 통일부 장관 등이 사의를 표한 가운데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이었던 송 실장을 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정치권으로부터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외무고시 3회인 반 장관의 뒤를 이어 9회 출신인 송 실장이 외교부 수장으로 등장할 경우 갑작스러운 내부변화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무고시 7회 출신인 김 주중 대사와 유 차관의 경우 송 실장에 비해 외교부 조직의 안정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김 대사는 김대중 정부시절 대통령의전비서관과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으며 주중 대사로서도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 북미국장 및 심의관 등을 지낸 송 실장이나 유 차관에 비해 대미 현안 조정능력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다.
유 차관의 경우 외교적 감각이나 능력이 뛰어나지만 김 대사와 송 실장에 비해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에 부담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대통령외교안보실장…“외교부출신 독주 견제”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후임 안보실장(장관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보실장직은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외교안보정책을 조율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송민순 실장도 안보실장 발탁 후 외교안보 분야 ‘실세’로 부상했다.
현재 송 실장의 후임으로는 안보실장직을 놓고 송 실장과 경합했던 이수혁(외무고시 9회) 주독일 대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 대사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독일의 연정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 노 대통령에게서 극찬을 받았다.
외교통상부 및 통일부 장관 후보군에 오른 김하중 주중 대사도 거론된다. ‘일벌레’로 알려진 김 대사는 대북 정보 수집과 현안 대응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주석 대통령안보정책수석비서관도 안보실장 후보군에 올라 있다. 서 수석은 국방부 차관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편 관료 출신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교부 장관이 유력한 송 실장을 포함해 유력하게 안보실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외교부 출신이어서 외교부 독주를 견제할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새 외교안보라인의 면면에 맞춰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그래서 안보실장 인선에 의외로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